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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글 Jeonggeul Nov 11. 2024

감사하다. 19

어제는 교회에서 하는 체육대회를 다녀왔다.

대학교 다녔을 때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운동장을 오랜만에 봤다.


양팔간격으로 서 있는 무리들을 보니

뭔지 모를 향수에 젖는다 싶었는데

뻣뻣하고 무거워진 내 몸이 의식을 현실로 이끌어왔다.


첫째가 태어나서 세 살이 되어가던 무렵, 아빠가 축구를 하던 운동장에서 아슬아슬 뒤쫓아가던 때를 뒤로 하고 10여 년만이었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 가족이 함께 운동회에 참석한 느낌이 신선했다.


남편의 달리기 실력은 여전했다.

누구보다 잘 뛸 자신 있다는 그는

뛰어다니는 것이 자기 삶의 이유인 듯 활력을 느끼는 거 같아 보였다.

족구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양쪽 무릎수술을 했지만

그럼에도 어제는 '날쌘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들은 피구와 달리기를 나갔는데, 전보다 공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 듯 즐기면서 공을 쌩쌩 피하고 다녔고

달리기도 잔근육이 발달해서인지

이젠 뛰는 모습이 힘차보였다.


나는 응원을 맡아서 마이크도 잡고 장구도 쳤다.

신명 나는 한풀이처럼 경기에 장단을 맞췄다.

관전하는 우리 팀들의 목청을 틔우기 위해

아는 장단은 생각나는 대로 치며 신나게 놀았다.


둘째는 사람 많은 곳에 처음이어서

처음엔 놀란 토끼눈으로

아빠품에 쏙 안겨있더니

유치원 다니는 오빠, 언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발맘발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운동장 땅 위에 살포시 내려와 발을 디뎠다.


응원상에 욕심이 나서 북을 구해봤지만 너무 늦었다. 장구라도 들고 열심히 쳐보니 재미가 좋았다.


먼저 구한 북을 울려대던 상대편..


빨간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하나로 모아주던 북소리가 지금도 내 심장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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