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정리(定離) : 헤어지기로 정해져 있음

by 고전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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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절대라는 건 없다.

이 말이 애석하게 들릴 수도 있고,

반대로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할 수도 있다.

산다는 건 참으로 요지경이다.


인간의 마음도 세상과 어지간히 비슷하다.

하지 말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기어이 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다른 면을 보이는 게

연약한 인간 그 자체인 것이다.


세상은 인간의 이 예측 불가한 마음을 어디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

오늘의 소설 1984는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오웰의 작품이다.

극단적으로 암울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그려낸 인간세상 이야기, 1984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표작이기에 횟수를 거듭해 읽을수록 인간의 한계와 위대함을 동시에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은 ‘빅브라더’라 불리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가상의 나라에 산다. 이곳에서 개인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밤낮없이 감시당하며, 조작된 정보를 통한 세뇌가 일상을 이룬다. 이른바 죽어있는 세상이다. 이 체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부터 소심한 일탈과 반항을 꿈꾸다가 결국 실행하는데, 바로 허락받지 않은 한 여자를 사랑한 것이다. 그들은 억압적인 체제에 열렬하고 뜨겁게 저항했다. 불같은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향한 그들의 투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 그들은 발각되고, 반동분자로 판명되어 고난의 시험을 강요받는다. 안락한 사회의 품으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관 속에서 영원한 침묵의 저항을 이어나갈 것인지.


사실상 그들이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3월, 어느 쌀쌀한 날 공원에서였다.

땅은 쇳덩이처럼 딱딱하게 얼어 있었고,

잔디는 모두 말라죽어 있었으며,

바람에 한들거리는 크로커스 꽃 몇 송이 외에는

나무에 싹도 돋아나 있지 않았다.

손까지 꽁꽁 언 그는 추위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급하게 길을 걷다가 10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는 그녀를 보았다.

어느 순간, 결코 우연만은 아닌 듯,

몇몇 사람들이 끼어들었다.


그 바람에 윈스턴은 그녀와 약간 떨어져서 따라가게 되었다.

그는 얼마쯤 그녀를 따라붙으려고 애쓰다가 걸음을 늦추고 발길을 돌렸다.


그러고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는 50미터쯤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구별해 낼 수가 없었다.


(1984 | 조지 오웰 | 민음사)


군더더기 없는 이별,

멋지긴 한데 찜찜한 뒷맛이 난다.

오랫동안 바라던 건 아닐까?


이리 쉽게 각자 길로 떠날 사이였다고?

진심이긴 했었나? 그때 했던 말은 다 뭐였고?

이렇게 쉽게 돌아설 수 있다고?


역시나 서운하다.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다.

인간은 기억을 먹고살기에,

거스를 수 없는 인과관계이다.

그럼에도 소위, 쿨한 이들은 이 중력을

어찌 이겨내는 것일까.


믿는 것이다.

예전의 말과 행동, 관계가 전부 진짜였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는 설움이 예고 없이 폭발해도

자신과 상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려고,


찾는 것이다.

과거 따스하고 즐거웠던 기억을 양분 삼아 새로운 행복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에 대비하여 매 순간 온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지금 혹시 소중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면,

센스 있는 작별을 미리 준비하자

나중에 뒤돌아보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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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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