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벌레 잠잠이 Dec 26. 2021

부디, 잘 버텨주시길!

2021년 12월 26일 일요일 새벽

 성탄절 연휴에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지,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실까.

자꾸 지난주 목요일 면회 때 뵈었던 힘없고 표정 없는 모습이 떠오른다.


  방호복을 입고 비닐장갑으로 중무장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이 차갑다고 면회 후 서럽게 우셨다. 나는 그 손을 잡지는 못했지만 냉기가 전해지는 듯해, 춥지 않으시냐고 자꾸 여쭈어 보았다.


 음식물로 인한 흡인성 폐렴 증상이었기에

식사도 콧줄로 하는 경관식으로 하고 계시는 아버지,

얼마나 힘드실지.


더이상 치료를 계속할 수 없어 계속 퍼지는

종양의 통증은 얼마나 심할지.

이런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집으로 퇴원하고 싶어 하셨는데,

계속 병원에 계시고 상태도 안 좋으시니.


그래도 다행인 건,

어머니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부르셨다는 것,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내 이름도 또렷하게 발음하셨다는 것.


 종양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암병원  담당의의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고 재활병원인 현재 병원으로 오던 열흘전,

아버지는 진통제로도 눌러지지 않는 통증 속에서도

동분서주하는 내게,

"네가 고생이 많다"고 하셨다.


이렇게 벌써  사무치는 순간들이 많기도 많다.


그저,

통증이 심하지 않기를,

잘 이겨내시기를,

너무 힘들지 않으시기를,

부디, 잘 버텨내시길!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열이 내린 아버지.

월요일쯤에는 일반병실로 가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주치의의 소견이 다시금 희망을 품게 한다.


 좋은 일도 소리 내어 좋아하기도 힘든 상황,

살금살금 살얼음 위를 걷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리, 노후를 위한 준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