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고 싶은데 화내고 싶지 않은, 선희

간헐적 폭발장애

by 전문상담사 이희

선희(가명 고2)는 이야기를 할 때 툭툭 따지듯이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다. 어느 날 “선생님 미리 말씀해 주셔야죠. 왜 선생님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수업 주제를 못마땅해했다. 나도 그날은 마음이 상했다. “선희가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주렴. 선희 의견을 참고할 수 있어. 그렇지만 수업주제는 선희와 반드시 미리 의논해야 하는 게 아니란다”라고 침착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때 선희가 훅 수그러들면서 알겠다고 대답했는데, 한참 후에 “아까 왜 화를 안 내셨어요? 제가 원래 선생님들 화나게 하는 말투거든요”라고 이야기했다.

선희는 자신의 따지는 말투를 알고 있었고, 말투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조절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반복적으로 분노가 폭발한다고 했다(DSM-5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 고려). 그래서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들과 늘 불편하다고.

선희는 어려서부터 늘 마음속에 화가 있었다. 특히 부모님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자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부모의 특성에 개입하는 과정이 있다. 부모의 변화 없이 자녀의 어려움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선희의 경우는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선희 자체도 상담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담실 오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부모와 협력하기 어려운 부분을 고려해, 반복적으로 분노를 폭발하는 선희같은 고등학생을 돕기 위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

1. 연령적 특성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충동을 적절하게 억제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감정을 즉각적으로 행동으로 표출하기 쉽다. 또 자율성을 주장하려는 시기이기 때문에 권위와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분노와 비슷한 감정 예를 들면 수치심 불안 실망 억울함 배신감 소외감 등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 화, 분노로 표현하는 등의 불안정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2. 분노의 원인 파악 및 위험 신호

선희는 가정 내 갈등이 분노의 이유 중 하나였다. 어떤 상황에 노출되면 선희는 분노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그 이외의 다른 문제해결방법에 대해서는 몹시 서툴렀다. 기질적으로 충동성이 있는 편인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신체적 폭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감정이 폭발하기 전 전조 증상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는데 선희는 목소리 변화, 몸 긴장, 눈에 힘이 들어감, 호흡 빨라짐 등을 이야기했다.

3. 개입 전략

사실 선희는 지속적으로 상담을 거부했다. 안전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반복적인 분노 폭발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상담이라는 형식은 거부했지만 쉬는 시간에 3분 5분 정도 잠깐씩 툭툭 이야기할 때마다 귀 기울여 들었다. 중학교 시절 상담을 경험했지만 그다지 자신에게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언제든 선희가 원하면 원하는 만큼 대화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분명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선희가 학교생활 가정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분노조절 방식을 슬쩍슬쩍 흘려주었다.

1) 단계 –요즘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을 인지하기

2) 단계- 분노 이해: 분노가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 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식일 수 있음

3) 단계- 일상 속 분노 포인트 체크리스트

4) 단계- 안전한 분노 표현 방법(나 전달법) / 화날 때 할 수 있는 행동 리스트

5) 단계- 분노 대처 : 성공 자랑하기 또는 실패 반추 하기

분노 다루기는 모두에게 상당히 어려운 이슈다. 한두 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도움을 받아서라도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희가 지금보다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분노를 조절하는 과정은 화를 참는 게 아니라, 인생의 선택권을 넓히는 연습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서.



<청소년 분노조절 문제 평가 체크리스트>

각 문항에 대해 지난 3개월 동안 해당되는 정도를 체크하세요.

0=전혀 없음/ 1=가끔 / 2=자주 / 3=거의 항상

1.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2. 화가 나면 욕설이나 큰 소리를 지른다 3. 화가 날 때 물건을 던지거나 부순다 4. 화가 날 때 사람을 밀치거나 때린 적이 있다 5. 화가 난 뒤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6. 화가 나는 상황에서 참는 것이 어렵다 7. 화를 낼 때는 앞뒤를 생각하지 못한다

8. 친구 가족 교사와의 관계가 화 때문에 나빠진 적이 있다 9. 화를 폭력으로 표현하는 것이 습관처럼 느껴진다 10. 화가 나면 그 순간 꼭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해석 도움

-총점0-9점: 정상 범위, 일상적인 분노 수준

-총점 10-17점: 분노조절에 주의 필요, 상담 권장

-총점 18점 이상: 분노조절 문제 가능성이 높음, 전. 문적 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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