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후... 우림이

아동학대처벌법의 사각지대

by 전문상담사 이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학대란 보호자나 성인이 아동에게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방임 유기를 통해 아동의 건강과 발달을 해체는 행위를 말한다. 아동학대 사건을 단순히 부모의 훈육 문제로 보지 않고 범죄로 규정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된 법이 있다. 우리가 보통 아동학대법이라고 부르는 이 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뜻한다. 줄여서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도 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아동보호전담 공무원이 합동조사해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한다. 피해아동은 긴급 격리조치가 가능하고 쉼터 위탁가정 시설보호 등에서 일시적인 보호를 받는다. 부모가 아동학대의 가해자라면 법원이 일시적 친권 정지 및 상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학대치상은 3년 이상 징역, 단순 학대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 등으로 형법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아동학대 신고 후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

우림이(고1, 가명)는 엄마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이후 할머니와 지내왔다. 할머니는 우림의 우산이었고 우림이는 할머니 아래에서 큰 비, 작은 비를 피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시자 우림이는 다시 엄마와 함께 살아야 했다. 우림이는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심정을 가슴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엄마와 조심조심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폭풍 눈물이 쏟아진다. 엄마를 신고했던 딸로서 그 엄마와 다시 살아야만 하다니... 엄마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가능할까... 우림이는 오도 가도 못하고 비를 맞고 서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다. 우림이를 보면서 아동학대 신고 후 피해 아동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 긴급 격리조치 되었던 보호자와 결국엔 다시 살게 되는 현실

우림이는 긴급 격리조치 된 이후 할머니와 거주했지만 할머니의 사망으로 이제 다시 엄마와 살고 있다. 대부분의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거라고 본다. 쉼터 위탁가정 등이 있지만 사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쉼터나 위탁가정을 지낸 이후 다시 가해자였던 보호자와 살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이처럼 임시분리 조치가 이뤄져도 짧은 기간에 그치고 이후 아동은 다시 학대 환경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된다. 심지어 은지는 할머니집으로 긴급 격리조치 되었지만 할머니에게 더 큰 학대를 당해, 차라리 학대로 신고했던 엄마와 사는 게 더 나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2. 신고했던 피해자와 신고당했던 가해자,라는 스스로의 낙인

신고한 자녀는 신고당한 부모와 정서적인 관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나는 엄마를 신고한 딸이에요,라고 말하는 우림이에게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너는 자신을 보호해야 했어,라는 말이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았다. 우림이는 자신이 엄마를 신고해서 가정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지금 엄마와 이런 차갑고 냉정한 정서적 관계 안에 머무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신고를 통해서라도 가정의 학대 안에서 도피해야 했지만 도피할 곳이 없는 정서는 이중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3. 다시 같이 살아야 할 때 반복되는 피해

우림이는 엄마의 가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살금살금 지낸다고 했다. 엄마는 예전처럼 신체적인 폭행은 거의 하지 않지만(말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어 정서 폭력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엄마는 그것도 엄마의 노력이라고 말하지만 우림이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4. 이제는 말하지 않는 우림이

그래서 우림이는 어떤 부분에서는 무기력에 빠진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지? 신고 이후 자신은 복잡한 행정절차도 밟았고, 친구 학교 생활환경이 단절됐고, 이중감정에 시달리는 과정을 겪었지만 결국에 무엇이 변화됐는가?라는 질문 앞에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중학교 위클래스에서 다 말했다가 오히려 자신의 삶이 불편해졌다고 생각하는 우림이는 이제 그런 불편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등학교 위클래스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찔끔찔끔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지만 우림이는 대체로 침묵한다. 그때는 뭐 그랬었었어요...라는 식이다. 다 말하고서 자신이 다시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도 싫고 그런 시절을 함께해 줄 할머니도 이제는 없다. 그리고 곧 자신이 성인이 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선 방안 필요

그때 우림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지금 우림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학대를 단순히 처벌하는 법률문제로만 보지 않고,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심리를 회복하고 사회에 적응하며 자립하는 데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상담사로서 나는 우림이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안전한 장소, 안전한 시간, 안전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우림이가 꾸준히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위센터와 연계한 이유다. 멘토링도 시도하고 있다. 우림이는 이제 몇 년 후면 성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위해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우림이에게 장학금, 자립지원금, 직업훈련 등을 제공해 성인이 된 후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아동학대를 이해하기 위한 예시 사례>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최소한의 끼니를 주지 않고 자녀에게 하루 종일 밥을 주지 않는 경우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경우

▶어린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부모가 장기간 집을 비우는 경우

▶아이가 실수했다고 부모가 아이와 오랫동안 대화하지 않거나 무시하거나 고립시키는 경우

▶“넌 쓸모없는 애야” “너 같은 나약한 애는 이 세상에 필요 없어” 같은 모욕적인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성적이 떨어졌다고 아이를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

▶아이가 음식을 흘렸다고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경우

▶아이가 울 때 “또 울어? 그럼 집 나가”라며 겁을 주는 경우

▶친척이 아이에게 성적인 농담이나 신체 접촉을 강제로 하는데 부모가 방관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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