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우울할 때 나를 지킬 수 있을 5가지 자기돌봄
4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새학년이 시작되고 4월이 되면 전국에 있는 초1, 초4, 중1, 고1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진행한다.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니라 학생의 정서적인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각 학교 위클래스의 1학기 주요 역할이 이 검사와 사후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이 검사는 우울 반항성 자해자살 대인관계 등의 어려움을 반영하고 그 어려움이 나타난 학생들을 관리군으로 구별해서 관리한다. 검사결과는 가정마다 등기 또는 우편으로 발송되고 7월 말이면 기록에 남기지 않고 폐기된다. 이런 과정으로 관리를 하더라도 이 검사에서 변별되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는데 태민이가 그런 경우였다.
태민이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별 어려움이 없는 일반 학생으로 구분되었다. 검사 시 태민이는 그럴듯한 답에 표시다고 했다. 자신의 어려움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 중학교 시절 위클래스 상담 등을 경험해 보았던 태민이는 솔직하게 검사하고 상담하는 모든 과정들이 별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엄마의 우울로 태민이도 무기력해졌다
상담실에서 시원한 생수를 마시기 위해 들락날락하던 어느 날 태민이는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는 항상 우울하다고 했다. 외출하지 않는 엄마덕분에 어렸을때는 학원도 놀이터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좀 커서는 외출한 자신을 늘 호출하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과 맘편하게 놀아보지 못했다. 때로는 엄마가 이토록 힘든데 너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냐며 비난과죄책감의 화살을 날릴 때도 있다. 자신은 엄마라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무기력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자신이 엄마보다 더 우울하지 않나 싶다.
태민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 위클래스 선생님께 다 이야기했다가 엄마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바람에 자신이 무척 곤란했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자신은 엄마와 살아야 하는데, 엄마를 신고했던 자녀로 살아야 되는 멍에를 짊어졌다. 절대 태민이 잘못이 아니고 엄마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을거라는 말로는 태민이에게 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관련된 시스템상 오류를 학대 아동들이 고스란히감당해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정리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태민이와 상담의 테두리 밖에서라도 태민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몇몇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했다. 특히 엄마와 태민이 사이에 경계선 세우기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엄마가 우울할 때 나를 지킬 수 있을
5가지 자기돌봄
1. 엄마의 우울=내 잘못이 아님
엄마의 우울은 내 탓이 아니다. 엄마가 힘든 건 엄마가 힘든 것이지 자녀인 나때문이 아니 다. 엄마의 우울을 이해는 하되 책임을 구분한다.
2. 엄마가 힘들면 내 감정도 힘든 것을 인정한다
엄마가 힘들 때 자녀인 자신도 힘들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상대방을 찾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3. 내가 엄마의 우울을 치료할 수 없다(경계선)
엄마를 고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엄마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엄마 의 우울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엄마를 바꾸거나 치료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삶과 내 감정은 내가 지킬 수 있다. 나는 내 삶을 잘 살아내면 된다.
4. 나의 일상을 지킨다
엄마의 기분에 휘둘려 나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한다. 공부 운동 음악 그림그리기 취미 등 나를 지켜주는 일상을 이어간다
5. 도움 청할 용기를 갖는다
상담사 선생님 등 주위 신뢰할 만한 전문가나 어른에게 “나 힘들어요”라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 곁에서 태민이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태민이가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방법을 고민해본다. 우울한 엄마와 긴 대화가 힘들기 때문에 짧은 안부 인사, 작은 메모 등을 통해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마음을 표현한다. 함께 차 마시기 같은 방법은 에너지 수위가 낮은 엄마와도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취미활동이 될 수 있다. 또 엄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슬픔이나 화를 너무 누르거나 숨기지않고 상담사 친구 선생님 일기 등에 마음을 표현하는 게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엄마외에도 자신을 지키고 지지해주는 신뢰할 만한 어른(조부모 상담사 교사 등)이 꼭 필요하다. 엄마가 힘들 땐 다른 어른들이 태민이 삶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태민이는 엄마를 사랑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엄마와 함께 잘 살고 싶었던 태민이가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자기 삶을 지키는 주체가 될 수 있기를, 엄마의 아픔 속에 같이 빠지지 않고 태민이의 길을 걸으면서 엄마 곁에 있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