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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어느 저녁에
뒤돌아보니 주방 테이블에 종이 조각이 가득하다.
딴이가 엄마의 저녁밥을 기다리며 통통한 손으로 또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엄마 이거 잘 만들었지? 이거 뭐게?
보아하니 납작한 원기둥 비슷한 모양이다.
갈색 색종이를 오리고 입체적으로 붙여 도형을 만들었고, 그 안을 솜으로 채웠다.
음, 고기?
순간 정적.
경악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대충 말해도 그렇지, 고기라니’
라는 표정으로, 아이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곱씹어보는 듯하다.
아이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기 직전, 지켜보던 남편이 입모양으로 도와주었다.
아아, 이거, 그거잖아. 트램!
울 것 같던 달덩이가 황급히 환해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치?
일순간 고기에서 트램으로 물질 상승한 솜뭉치를 다시 가져가 초집중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피렌체에서 처음 트램을 본 순간에 느꼈던 호기심과 감동을 이입하면서.
딴이한테는 비밀이다. 아무리 봐도 그것은 고기 조각이었다, 그 모양새가 어찌 트램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고기와 트램의 상관관계 속에서 혼란스러운 이 저녁,
소고기 간장 찜이 타지 않게 졸여지고 있는지 곁눈질하며 내일 탈 트램 티켓이 충분한가 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