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만들어가는 마케팅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나는 제약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11년이 되어간다.
4년 반을 세일즈 파트에, 마케팅에서 일한 지는 7년째가 다 되어간다. 처음에 직장생활을 시작할 무렵에는 직무와, 회사의 사이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업사원은 주로 외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본사에서 각 브랜드 별로 어떤 방향성으로 전략이 변화하는지를 제때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와 달리, 외국계한국지사의 경우 본사에서 내려오는 브랜드의 전략에 큰 영향을 받는다.
보통 브랜드의 전략을 크게 확장(Expand) 고수(Anchoring) 축소(Shrink)로 나뉜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이후 콘텐츠에서 다뤄 보겠다.
마케팅으로 자리를 옮기고 일을 하면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과연 헬스케어 산업에서 마케팅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 걸까. 한때 나는 마케팅은 유튜브광고,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광고도 못하고 제한된 홍보채널만을 사용하는 헬스케어 마케팅이 과연 마케팅이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에 굉장히 고민한 적 있었다. 솔직히 신약이 기존 약에 비해 너무나 혁신적이고, 진단이나 의료기기가 획기적으로 좋은 점이 있다면, 굳이 영업과 마케팅이 없어도 제품은 팔리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물론 이 생각은 아직도 100% 다 없어지지 않았다. 이 부분은 사실 마케팅이 왜 필요할까 보다는 헬스케어 업계의 특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소비재와 달리, 헬스케어 업계의 제품들은 그 자체가 혁신적이면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회사에 연락하여 찾거나, 인간의 생명과 관계가 있다 보니 소비자(환자)가 직접 움직임을 만드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마케터가 본인의 성과를 스토리 텔링하기에도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산업군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케팅의 업무를 마치 제품의 프로모션에만 국한한다면 이러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제약회사 마케팅의 업무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소비재나 일반 제조업의 마케터와 달리, 헬스케어 영역에서의 마케팅은 보건의료정책에도 관여해야 하고, 유통과정에도 관여해야 하고,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특정 고객집단을 이해하고, 특수한 채널을 통해 집중 관리해야 하며, 의약품 복용 이후 발생하는 안전성이나 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생각보다 복잡한 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마케팅이 “내가 원하는 시장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관점에서는 사실 방법론과 행동방식의 차이일 뿐 그 자체는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비만 질환의 치료 바람을 타고 급속 성장을 한 “릴리” 와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제품의 홍보와 프로모션에 힘을 싣기보다는 제품의 유통에 더 회사의 방향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이러한 혁신신약들은 회사가 돈을 들여 광고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소비자와 의료진들이 앞다퉈 바이럴(?)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고공행진하는 수요만 맞춰주면 기업매출을 따라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료진을 위한 프로모션보다는, 실제 환자들이 의약품을 구매하기까지 생기는 허들을 없애는 소비자 마케팅에 조금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느낀 것은 결국 마케팅은 제품이 겪는 모든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회요인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신제품을 사람들이 모른다 -> 홍보를 통해 알게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않는다 -> 제조 공장을 늘린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 정책적으로 혹은 회사차원에서 경제적 지원을 늘린다.
부작용이 문제다 ->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추가 제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렇게 해서 내가 담당하는 담당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