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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자 Nov 28. 2021

[그림책 여행지 17] 하얀공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의 탈피

글 그림 차영경

위즈덤하우스

2019


안녕하세요! 오늘은 친숙하지만 아주 다른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을 여행지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차영경의 <아주아주 멋진 하얀공주>는 2019년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각색한 패러디로, 선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원작의 내용은 이미 잘 알다시피 새엄마인 왕비가 백설공주의 외적 아름다움을 시기해 암살을 시도하고, 독사과를 먹고 잠든 백설공주를 왕자가 깨워주고 결혼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기존의 백설공주를 '다른 누구보다 내가 알아주는 나', '내가 괜찮아하는 나'인 햐얀공주로 변환하여 보여줍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지 작가가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알아봅시다.



그림은 선, 패턴, 색으로 이루어져 서정적인 느낌보다는 조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림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다소 존재합니다. 인물이 두드러지게 표현된 여느 책들과는 달리 작가는 인물을 배경의 일부처럼 그려 가끔은 어느 부분까지가 인물인지 알 기 어렵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페이지에서는 눈과 입을 통해 왕비(인물)의 얼굴 부분을 알 수 있지만 왕비의 몸이 어느 부분까지인지 머리에 달려있는 것은 뿔인지 장식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또한 왼쪽 상단의 글에서는 '얼굴은 하얗고 입술은 새빨간 아름다운 왕비'라는 서술을 통해 이를 이 그림책 세계에서는 외적인 아름다움은 현실 세계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 표현방식은 그림 전반에서 지속됩니다. 긴 부스스한 머리를 가진 하얀 공주는 내용 중반에 되어서야 얼굴을 보여주고 난쟁이의 모습 또한 다양함으로 읽힙니다. 특히 아래 일곱 난쟁이가 모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스케일과 시점이 한 그림에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있습니다. 식탁은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탑뷰(Top-view)이지만 인물은 옆에서 보는 사이드뷰(Side-view)로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노란 머리 난쟁이 뒤 블록은 삼차원 형태입니다. 인물의 형태만큼 다양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함이라 생각됩니다. 단순함과 다양함이 도드라지는 인물 묘사와 더불어 내용 전개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지점은 하얀공주의 외모 변화부터입니다. 난쟁이들과 함께 지내던 하얀공주는 산속에서 더 편하게 생활하기 위해 머리도 자르고 바지를 입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움보다는 편안함 생활에 맞는 모습을 갖추어 갑니다. 그리고 좀 더 활동적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원하지요.



왕비는 어떨까요? 왕비는 원작 백설공주 이야기처럼 마법을 이용하여 하얀공주를 암살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악인에 대한 단죄가 아닌 하얀공주가 산에서 딴 사과를 먹고 자신의 행동에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왕비 또한 자기 자신대로 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악역을 그만둔 왕비, 등장하지 않는 왕자, 검게 그을려서 산을 뛰어다니는 하얀공주, 차영경의 <하얀공주> 결말은 퍽 인상적입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기존의 묘사법에서 자유로워져 통념된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고 이미지의 구상력은 높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 또한 존재합니다. 


첫 번째로 자신 다움과 자유를 가진 여성의 외형 묘사입니다. 빗과 머리끈이 필요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길고 산발인 하얀 공주의 머리. 바지로 캐릭터의 활동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하얀공주의 윗도리는 산에서 어울리지 않는 퍼프소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에서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부족해 보이지요. 그것에 원인은 작가가 멀어지려고 한 '다른 사람이 보는 나' 사회적 여성의 미적인 기준과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주 같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묘사가 퍼프소매와 산발이어도 묶지 않은 채로 유지해야 하는 단발머리 아닐까요? 왕비 또한 악역에서 벗어났음에도 악녀의 모습인 '스모키 화장'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햐얀공주를 죽이기 위한 계략을 포기한 것일 뿐 자신을 아름답게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여전하며,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은 벌인가 싶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빨개진 피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체적인 여성의 삶입니다. 글에서 계속 하얀공주는 숲에서 난쟁이들과 사는 게 좋았다고 강조하지만 성에서 살지 못하는 이유가 없어진 이후에도 숲에서 난쟁이와 계속 사는 것이 "하얀공주가 원하는 삶"의 결말이 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듭니다. 분명 하얀공주는 살기 위해 도망처 나왔고 7개 침대를 모두 붙여야 자신이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난쟁이들의 집은 그에겐 작습니다. 그리고 공주라는 신분은 자신이 차기 왕이 될 수 있는 후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하얀공주에게도 성에서의 삶이 있었을 테고 왕비와의 갈등이 없어진 상황에서 성에 돌아가지 않고 그저 숲에서 놀면서 지낸다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실행할 만큼 결단력이 있는 하얀공주에게 도망친 곳에서 안주하는 것 이외에 다른 삶은 없는 것일까요?


단순화와 벡터화된 익숙지 않은 방식의 그림으로 내용이 전개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전달하기엔 썩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마무리는 조금 더 변화된 시대에 맞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꿈꾸게 합니다. 여러분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나다워지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것 중 어디까지가 진정 내가 원하는 것 일까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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