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ep.4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을 흥분시키는 단어,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극호의 단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어,
나 또한 가장 좋아하는 그 단어,
”치맥“
치킨과 맥주. 이 어마어마한 조합의 국민명사를 만들어낸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나다. 내가 그 장본인이다.
때는 바야흐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수생이었던 나는 강남역에 있는 명문 재수학원 청X학원에서 공부를 했는데, 역시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채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어느 날,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데 호프집의 치킨과 맥주가 눈에 들어온 거지.
이때, 전설의 그 단어가 내 입에서 툭 튀어나온다. 머리를 써서 고민하고 단어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아니면 운명처럼 그 단어가 튀어나와 버렸다.
“얘들아, 우리 치맥하고 갈래?”
“치맥이 뭔데?”
“치킨&맥주! 치맥 어때? 어감이 좋지?”
친구들과 치맥이라는 말이 입에 착 붙는다며 신나게 웃으며 호프집에 들어갔다.
생생히 기억이 난다. 치맥이라는 말을 만든 것에 대해서 우리들은 뿌듯해하고 있었다.
몇 년 뒤, 치맥이라는 단어는 금세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내가 만든 그 단어가 그날 이후부터 어떤 방법으로든 돌고 돌아 온 국민의 가슴 한구석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다.
어쩌면 당시에 있던 내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 써먹었을 수도 있고, 그날 우리 뒷자리에 있던 사람이 우리 얘기를 엿듣고 그 어감이 맘에 들어 자기가 만든 단어인양 다른 곳에서 자랑을 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와 맥주회사들은 솔직히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뭐라도 줘야 한다.
하지만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거 같아서 쓴 글.
치맥이 너무 땡겨서 쓴 글.
혹시 2001년 이전에 치맥이라는 단어를 썼던 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