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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감자 Sep 23. 2023

속도전

자식 운동시키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ep.2

퇴근 후, 부리나케 레슨 받고 있는 아들을 데리러 갑니다.

아들 녀석이 사뭇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테니스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늘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왜 이렇게 실력이 안늘까?

하고 답답할 때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종종 있습니다. 자주 있습니다.


아니, 저번에 알려준 자세를 또 잊어버렸네..

아니, 아직도 저렇게 힘이 약할까..

아니, 승부욕 좀 있었으면..


그러다 아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친구들을 봅니다.


다른 애들은 벌써 저렇게 잘하는데..

쟤는 아들보다도 어린데 왜 저렇게 잘한데..

저 녀석은 어쩜 저리 자세가 좋을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세상 나쁜 아빠가 되어버립니다.

우리 아들만 한참 모자라 보입니다.


개인레슨을 더 받아야 하나?

좀 엄하게 가르쳐달라고 코치님께 얘기해 볼까?

재능이 없나? 빨리 그만두고 공부를 시켜야 하나?


그러다가 또다시 헥헥거리면서 땀 흘리며 잠시 쉬고 있는 아들을 봅니다. 짠한 마음이 듭니다.


배울 때는 매우 진지합니다.

연습시합할 때는 죽을힘을 다해 뜁니다.

아무튼 공치는 게 너무 즐거워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들이 재밌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아빠의 초심이 지금 이 순간 매우 부끄러워졌습니다.


테니스는, 운동은,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라 끈기와 노력의 “지구전”이라 가르쳐놓고 나만 혼자 맘이 급하네요.


아들아, 미안! 재밌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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