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시

by 선우

아무도 밟지 않은 새 눈을 뽀득하고 밟았을 때의 행복감은,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을 마지막으로 남은 과자 한 조각 같다.


밀물과 썰물. 그 간격의 바다.


햇빛에 금귤같이 빛나는 머리카락. 햇볕을 등지고 나만을 위해 웃어 보이려 고개를 돌렸을 때, 그때 보이는 너의 검은 머리칼을 사랑했다.


내 심장에는 네가 살고 있었다.

내 중심에서 네가 녹아 없어졌다.

너의 자리는, 이제는.


마음에 한 사람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놓는 것은 끝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과 같다. 모닥불 앞에서 차 한잔과 책 한 권, 혹은 나의 꽃다운 시절, 사계를 내어줌과 같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묻는 것은 얼마나 따듯한가.


밀물과 썰물. 그 간격 사이에 봉한 내 마음도 멀리멀리 떠나보낼까 싶다가도,

다시금 옷깃을 여민 후 모닥불 앞 안락의자에 앉아 오지 않을 매일의 잠을 청한다.

이전 20화청춘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