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야 말았네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나 허둥대고 있는데!
결결이 하품하고 있는 움
녹녹히 남겨지고 마는 틈
지루해진 낙엽들이
하늘 마중에 응답하여 스러질 때
수북하게 쌓인 기억들 위로
구름은 높이 높이 도망친다
실없던 관계들과
사라질 얼굴들
몸체 없이 둥둥 떠다니는 표정이
대류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부유한다
아침은 마땅하게 당도하지 않는다
쳐내진 가지에 허한 진물이 차오른다
"아파요, 너무 아파요..."
두려움이란 장막을 가린 안와의 속임수
무한의 계단을 끝없이 걸어간 인간됨의 자격
채운다고 가득 차진 않겠지만
나 발길을 움직여 그대 있는 곳에 머무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