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우 Nov 26. 2022

용혈 (溶血)

코가 썩을 것 같아도

찾아들어가게 되는 지하 깊은 곳


켜켜이 쌓인 계단을 내려가

단정한 먼지 속에 안긴다


포근하도록 아름드리 나의 지하


숫자로 표시된 기억은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덜덜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허망한 미래의 시곗바늘을 가리키는 돛대

나의 항해 그리고 잊어버린 고래


꿈이 컸었지

다 될 거라고 믿었었지


그랬었지


소각하듯 돌아가는 원통 속 표백제는

소용돌이치듯 나의 후각을 관통한다


지리멸렬 추락하는 험한 바닥

아니 참된 바닥


따뜻하고 진실된 나의 바닥

고래 나의 바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태초의 꿈틀대던 꿈


살아가지만

정말 그럼에도 살아가겠지만


가끔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삶을 상실, 삭제 그리고 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성발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