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발걸음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모두에게나 똑같이 해당된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신발에 뾰족한 자갈을 넣고 걸어야 하는 일이거나, 혹은 누군가는 숨을 쉬는 듯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라 혼자 생각해 본다. 삶이란 추가되는 업무와 쏜살의 지나가는 행복감과의 총 집합체라는 생각을 지워낼 수가 없다. 물음의 까닭이 없어 형체 없이 무너지는 오후에는 간단하게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일회성 커피를 게워내 마신다. 울룩불룩 올라오는 차가운 냉소를 뜨거운 것에 밀어내리는 것이다.
“앎이란 소박하고
걸어갈수록 눅눅히 퍼지는 것이었다. “
단단한 껍질 안에 내 것은 무엇이 남았는지 가늠해 본다. 웃는 얼굴 뒤편에 차갑게 식은 마음이 쏟아진다. 문득 집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멀리 걸어온 것 같다. 길을 걷다가 걷다가 걸어가는 도중 마주친 소중했던 무엇인가 하는 것들이 여울지며 넘어간다.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자로 잴 수 없는 눈물에 찬 심장들이 그럼에도 하루를 울컥울컥 뜨겁게 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