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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Apr 25. 2022

시어머니의 말

시간될 때 잠을 좀 자고 그래

 새벽에 일어나 바깥을 바라보며 제 자리에 앉습니다. 열흘 정도 보이지 않던 바깥 풍경이 오늘은 반투명 커튼 너머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초록의 느낌을 받으며 머리와 눈이 조금 더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일의 강도가 더 올라갔습니다. 제 분야의 새로운 일들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저는 새벽 기상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으로 머리가 쉴 틈이 없었는데 거기에 몸의 고단함까지 더해져 좀 피곤했습니다.

 이렇게 피로가 쌓여가던 어느 날, 어머니를 잠깐 뵙고 왔어요. 우리 남편의 눈은 어머니의 눈빛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결혼한다고 인사 갔을 때 그날의 어머니 눈빛은 여전히 생생한데, 겉으로 보면 매섭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깊습니다. 깊은 만큼 상대를 이해해주는 폭이 넓은데 그게 제 남편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요즘 많이 바쁘지? 시간 될 때 잠을 좀 자고 그래

 이 말씀을 얼마 전 얼굴을 뵈었을 때부터 전화로도 세 번 하셨습니다. 같은 말을 잘하지 않는 분이신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내가 꽤나 피곤해 보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세 번째 그 말을 듣고 난 후 일이 없던 어느 날, 아이를 등원시키고 그대로 쓰러져 세 시간 넘게 잠을 잤습니다. 그래도 피곤이 풀리지 않아 지난 주말에는 새벽 알람도 마음이 거부한 채 아이를 안고 12시간을 내리 잤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일요일은 햇살이 더욱 밝았고 초록빛은 더욱 선명했어요. 아이는 참 예뻤고 주변에는 흥겨운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아이와 더 즐거웠고 남편에게도 다시 친절해졌습니다.

셋이 똘똘 뭉쳐 지내는 터라 서로의 표정과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가족은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무엇이길래 엄마의 표정과 말투, 생각이 가족의 하루를 지배하는 걸까요. 엄마가 힘을 내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보다 더 빠르게 저를 보셨던 어머니의 한 마디로 저는 제 패턴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쳐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같은 하루하루를 이어가다가 어머니의 말씀 덕분에 쉼이 필요한 걸 알게 되었어요.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는 걸 힘들어하는 저는, 이런 나를 알아봐 주고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은  단단하고 한결같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노라면 어머니가 문득문득 보일 때가 있는데 한결같은 모습을   가장 고맙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우리를 바라 봐주시는 눈빛을 곱씹으며 오늘 아침도 아이를 마주할 준비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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