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에 가는 기차 안에서
설연휴입니다.
코로나라고, 또 방송국 근무일 때는 연휴를 다 쉴 수가 없어서 결혼 후에 명절을 꾸준히 챙기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문화가 그렇기 때문이라고 탓해 보기도합니다.
고향에, 정확히 지금은 시댁에 가는 기차 안에서 날 항상 마중 나오던 아빠가 그리운 것도 사실이고요. 광주에 가지만 우리 집에 먼저 갈 수 없는 것도 그냥 그 사실만으로도 아주 유쾌하지만은 않나 봅니다.
시댁에 가면 정말 편안하고 좋은데 이상하게 가는 길은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거겠죠.
아빠, 나 곧 도착해
제 시간 기차표 예매에 실패하고 늦은 밤에 귀성길에 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잠을 자는데 제 옆 쪽에 앉아 있는 예쁜 여학생이 가는 내내 책을 읽습니다.
그러더니 엄마의 전화를 받고 아빠는 출발했다는 말을 들은 듯합니다. 이내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아빠는 이미 거의 다 도착하신 듯해요. 도착하려면 30분 넘게 남았는데 말이죠.
우리 아빠가 생각났습니다. 자정이 넘어서도 언제나 나를 마중 나오던 아빠. 아니 지금도 딸아이를 데리고 갈 때면 항상 서서 웃어주는 아빠.
이제 일흔 인 아빠는 밤 운전은 쉽지 않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오지 말라고 해도 꼭 나오십니다. 내일이면 만날 아빠인데 바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내려가는 길 딸아이 잠들면 보려고 <해외생활들>이라는 책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제목 그대로 작가가 해외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것인데, 유럽에서부터 미국 꽤 오랜 시간 해외에서 머물다가 한국에 ‘임시’로 돌아온 것은 가족이 이유라고 말합니다.
부모와 자식,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만큼 서로를 더욱 이해해 줄 수 있는 관계이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명절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눈빛으로 알아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마음을 어루어 만져 줄 수 있기를요. 그런 명절이 우리 모두의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