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0일.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의 첫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귀엽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줬습니다. 특히 사육사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된 지 7개월 만에 조회 수 1,198만 회(2021년 7월 16일 기준)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는 푸바오가 태어난 지 200일째 되던 지난 2월,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관련 기사: http://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2236)
당시 몸무게는 16.8kg. 다리힘이 부족해 평상 위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체중이 40kg을 넘고 혼자서 높은 나무도 가뿐히 오를 정도로 훌쩍 자랐습니다. 이른바 '판춘기'가 와서 고집도 매우 세졌다고 합니다. 푸바오가 엄마 판다 '아이바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육아의 어려움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사랑'은 불공평했다
푸바오를 보고 웃음 지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아기 판다처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너무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연이어 접했기 때문입니다. 양아버지의 폭행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최근 숨졌습니다. 두 달 넘는 연명치료. 뇌 손상으로 의식을 되찾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당시 관련 기사를 여러 번 쓰면서 "사경을 헤매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대전에서는 생후 20개월 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버린 혐의로 친아버지가 구속됐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푸바오와 달리 부모의 사랑조차 받지 못했던 아이. 그 극명한 대비가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정인이 사건'부터 시작해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훈육 차원이었다고 말했지만, 세상을 떠난 피해자는 말이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 외에도 얼마나 많은 학대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는 쉽게 드러나지도 않죠.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이 곧 지옥이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의 주목을 받고 관련법이 제정된 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볼 때 그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닌데도 마치 모든 일이 해결된 듯한 착각에 빠져 매듭지어질 겁니다. 울산에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계모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은 8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2016년엔 아이를 살해한 후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어린 생명이 스러질 때마다 관련 대책은 쏟아졌지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걸 막지는 못했습니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8명은 '부모'라고 합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체벌하게 되고, 이 체벌이 수위가 높아지면서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육아에는 '전쟁'이라는 말이 종종 따라붙습니다. 그만큼 고된 일이라는 뜻이겠죠. 코로나19 사태로 자녀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결국 다시, '사랑'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준과 원칙이 있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 대화로 훈육하려 노력하는 것. 화가 나면 한숨 돌린 뒤에 다시 문제를 마주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실천하는 일이 유독 자신의 아이에게는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부모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됩니다. 아이에게서 잠시 떨어져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정부가 검증된 육아도우미를 적극 지원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만큼이나 사랑을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수 이효리 씨의 남편인 이상순 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결국에는 좋은 쪽으로 가더라고요. 효리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제가 해줄 일인 것 같아요."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는 것. 자전거 연습을 하다 무수히 넘어져도 격려하며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 결국 사랑은 한 발자국 떨어져 관심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돌아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는 그리 많은 기억이 필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사랑받고 지지받았던 몇 가지 기억이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죠. 한 영상을 보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유튜브 'ODG'채널에 있는 입양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LO48FiSnaU&ab_channel=odg
"동하가 나중에 컸을 때 엄마랑 아빠랑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좋은 데 갔던 기억이 머리로는 못 해도 동하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러면 나중에 동하가 속상한 일 있을 때 그 생각들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엄마가 어릴 때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가려고 노력했어."
"엄마가 날 이렇게 잘 키워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