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기 삶을 포기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삶은 각자에게 우주입니다. 죽음은 쉽지 않습니다. 왜 삶을 포기했을까. 질문의 시작이었습니다.
숨진 참고인 김 모 씨. 김혜경 씨 ‘법카 유용 의혹’ 사건의 참고인이었습니다. 경찰이 붙인 명칭은 ‘단순 참고인’이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그저 단순 참고인’. 경찰은 ‘다시 조사할 필요도 없는 인물이다’고 했습니다. 의문은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숨진 김 씨 집을 찾아봤습니다. 찾아야 했습니다. 대단한 단독 기사를 쓰겠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분명히 어떤 이유 때문에 아무에게도 호소하지 못하고 삶을 포기했습니다. 적어도 한 명 쯤은 그 이유를 알아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주소지를 좁혔고 결국 자택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도 특별히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나가는 주민들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몇몇이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왜’라는 의문과 위화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집주인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낯익은 이름이었습니다. 김혜경 씨 법카 유용 실행자 배 모 씨였습니다.
우연일 리는 없는데 왜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본격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숨진 김 씨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이력을 확인해 갔습니다. 경기도 산하기관 이사였고 배 씨와는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성남시를 10년 동안 출입했던 기무사 요원이었고 이재명 의원과 겹치는 지점들이 보였습니다. 김 씨 직장을 찾아가고 지인들을 찾아냈습니다. “숨진 김 씨 개인카드를 배 씨에게 빌려줬었다. 법인 카드 바꿔치기에 사용됐다‘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김 씨는 ‘단순 참고인’이 아니었습니다. ‘법카 유용 사건’에서 역할이 있었고 내면을 아는 참고인이었습니다. 묻힐 뻔한 사건의 일단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재명 의원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억지로 엮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취재진은 김 씨가 김혜경 씨 운전기사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의원 측은 말장난식 부인을 하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되자 인정했습니다. 아직 보도하지 못했지만 김 씨가 더 많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JTBC는 확인했고 더 확인해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살고 싶어 합니다. 스스로 생을 포기할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끝까지 찾을 겁니다. 그게 떠난 자에 대한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용기내서 입을 열지 않았다면 이번 보도는 없었을 겁니다. 발품을 팔고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진심이 오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의 죽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조각난 채 흩어져있던 퍼즐을 모아 큰 그림으로 만들어주신 선·후배 동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