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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22. 2023

작가들이 계속해서 글을 써내는 비결이 뭐지?

작가마다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다르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작품을 써 내는 주기도 다양하고 소재를 구하는 방식도 각자 별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글을 써냈다는 것에 있다. 계속해서 쓰는 일,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작가라면, 이 과제를 수행해 내야 한다. 장편소설 한 권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일 수 있으나 5권, 10권을 쓰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이는 보통의 실력과 노력으론 불가능하다. 


물론 한 개인은, 어떤 종류의 인간이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질, 퀄리티겠지만. 그러니 핵심은 계속해서 글을 써 내는 것이되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계속 쓰는가, 에 있으리라.





작가들의 삶, 일상, 글쓰기는 어땠을까?


작가가 관찰을 멈추면 끝장난 거죠. 하지만 의식적으로 관찰할 필요도 없고, 그게 어떤 쓸모가 있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어쩌면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알고 있고 보아온 것들이 모인 커다란 저장고로 들어갑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중 57p)


헤밍웨이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유명했다. 그는 복잡한 문장보다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했으며, 이는 '얼음산 이론'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 철학에도 반영된다. 글의 표면 아래 숨겨진 의미가 글의 진정한 강점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직접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은유와 암시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런가 하면 헤밍웨이는 낮술을 즐겼다. 사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술과 담배를 좋아했다. 쿠바의 모히토 칵테일,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술이다. 그가 쿠바 호텔 ‘엠보스 문도스(Hotel Ambos Mundos)’에 살 때 아바나 구도심에서 가장 좋아하던 장소 두 곳은 바로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 즉 주점이었다. 라 보데기타는 특히 작가, 음악가, 언론인들이 많이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라 보데기타. 사진 myguidecuba.com



'다이키리' 칵테일로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 바의 내부 모습. 사진 Wikipedia



또 하나, 관찰은 거의 모든 작가의 글쓰기를 위한 무기다. 헤밍웨이 역시 작가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일상적 관찰을 강조했다. 나아가 세계 전쟁이 많았던 20세기 작가답게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감각도 중시했는데 이는 현대 문학으로 오면서 점차 흐릿해져가는 양상이다.


마법적 리얼리즘 작가로 유명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는 현실과 환상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을 작품으로 녹여냈다. 그의 작품은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깊이 있는 상징주의와 풍부한 서술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글은 시각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제공했고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 정치, 신화 등을 사용해 작품에 깊이를 더하며, 종종 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관점을 제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사진 지지통신]



나는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하면 그것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은 모든 작가들에게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없다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들어야 하는 긴 여정을 출발할 수 없다.


마르케스와 같이 현실적인 설정과 사건에 마법적이거나 초현실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기법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루키의 작품을 보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현실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혼합은 독자들이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느끼게 만든다. 재즈, 클래식 음악, 팝 문화 등 다양한 음악과 문화적 참조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하루키만의 무기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의 이야기에 깊이와 분위기를 더해 준다. 그러나 작가로서 그의 가장 두드러진 장기 하면 일상적인 세부사항에 주목하며, 이를 정말이지 친절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낸다는 것이리라. 묘사에 있어서는 하루키를 따라올 작가는 많지 않다.


은둔 작가가 많지만, 하루키 역시 미디어 노출에 인색하다. TV엔 아예 출연한 적이 없다. (도쿄의 한 라디오 프로에 일일 DJ로 출연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 출연이다.)


“재즈찻집을 운영할 때 매일 밤 손님들의 대화 상대가 돼야 했다. 그 후로는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와만 대화를 나누기로 결심했다”


-한 인터뷰에서 하루키의 말


그의 작품은 대부분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한 것이지만 정치적 발언도 종종 했다. “일본 정치인, 히틀러 결말을 보라”는 신문 기고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최근 자신의 글 자료 등을 모교 대학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작 과정을) 별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지만,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노르웨이의 숲』은)유럽에 머물며 대학노트에 계속 썼다. 그건 ‘초고’로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게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있으면 기증하겠다.”



(79년 데뷔작『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대해) “원고를 복사해 두지 않고 당시 (문학상을 주최했던) 고단샤(講談社)에 보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무라카미는 『노르웨이의 숲』까지는 수작업으로, 그 이후 작품은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로 작업을 했다. 작가가 되기 이전에 생계를 위해 재즈 찻집을 운영한 만큼 음악 마니아로서 소장한 레코드만 2만여 장이라고 한다.


“40년 가깝게 소설가로서 글을 써오다 보니 자료가 쌓였다. (집)마루 바닥까지 엉망이 될 것 같아 4~5년 전부터 (기증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녀가 없다. 나, 이 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는 없는 것을 가진 남자다. 하하.




자, 그래서 작가가 계속 쓸 수 있는 비결이 뭔데?


결론적으로는 다음 3가지를 들 수 있겠다.


1. 관찰

2. 읽기

3. 체험


이 세 가지, 생각으로는 간단해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것이란 점을 이야기해야겠다. 동시에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 특히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라면 이 세 가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가 왜 중요하고 왜 어려울까?


관찰은 관심과 애정의 산물이다. 타인과 세계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오감을 사용해 관찰하기란 불가능하다. 작가란 기본적으로 휴머니스트이며 실천가들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보고, 듣고, 만져 보고 관심을 기울인다. 이것은 작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한다. 그러니, 세계와 타인이 작가를 만들고 작가는 세계와 타인이 필요한 것이다.


끊임없이 읽는 행위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샘이다. 어떤 이는 쓸 거리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읽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깊이, 많은 것을, 정신을 집중해 읽는다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동기가 생긴다. 나의 경우, 무엇을 쓸까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내 고민은 언제나 무엇을 읽을까, 에 있다. 그게 된다면 무엇을 쓸까, 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체험은 그 작가의 모든 것이다. 모든 작품이 저마다 각기 다른 색을 지닌 것은 그 글을 쓴 이의 체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콧 피츠제랄드와 스탕달, 토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 각기 다른 이유란, 간단히 말해 그들의 체험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체험은 작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무기다. 위대한 작가란 명함이나 학벌, 가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만의 특별하고 독특하며 깊은 체험에서 나온다. 학교에 아예 다니지 않았거나 가난한 성장 환경, 그럴 듯한 뒷배경이 없는 작가들이 많은 이유는 인간의 체험이 값어치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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