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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Dec 22. 2023

세계, 널 위해 준비된 무대

'태어나 보니 이곳이었다.'


자, 이것은 모든 인간이 처한 기본 조건이야.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날지, 어디에서 태어날지 정하지 않았어. 그건 신이 우리에게 정해 준 거야. 이걸 내가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우리 모두 태어나 보니 현재의 나인 거야. 어떤 사람은 부자로, 어떤 사람은 빈자로, 남자로 혹은 여자로 등등.


자, 영국 작가 찰스디킨스 이야기를 해 보려 해.





'그는 가난하고 고통 받고 박해 받는 자들의 동정자였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중 하나를 잃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묘비에 적힌 글이야. 참 멋지지?


디킨스는 삶의 시작이 유복하지는 않았어. 해군 경리국 하급 관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둘째 아들로 1812년 2월 태어났는데,  사립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12살 때부터 공장 견습공으로 하루 10시간씩 일했지. 15살 때엔 변호사 사무실의 사환을 했고, 법원 속기사 일도 하다가 스무 살 즈음부터 기자가 되었어. 그리고? 그 다음엔 우리가 다 아는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소설을 쓴 저명한 작가가 되었지.


디킨스의 작품에는 그가 어린 시절 겪은 불우한 시간이 잘 반영되어 있어. 세상 어른들에 대한 불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반감, 인간이 처한 조건의 부조리 등은 디킨스 스스로 체험을 통해 갖게 되거나 깨닫게 된 것들이야. 그의 생각은 늘 모든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향했지.





지금 네가 고통스럽다면, 언젠가 그 고통을 의미있는 삶으로 승화시키렴

어떻게 고통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너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거야


디킨스가 디킨스일 수 있었던 것은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 때문이었어. 만약 디킨스가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결코 그런 아름다운 작품을 써낼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 인간에게 있어 고통이란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 우리가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처신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우리는 흔히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우린 3만 년 전에 태어나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을 수도 있고 700년 전 중세 유럽 사회에 태어나 농부로 살았을 수도 있어. 어쩌면 마녀사냥을 당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해야 할 운명의 소녀였을 수도 있고 1800년대 영국 사회에 태어나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두약을 만들어야 하는 소년 노동자였을 수도 있는 거야.





난 개인적으로 내가 일제시대나 한국전쟁을 겪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해. 어차피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데 그때 내가 태어나서 모진 고생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잖아. 전쟁 중에 태어나 가족 전부를 잃을 수도 있고 외국인 병사에 의해 이유 없이 모진 고문을 당한다 해도 말이야.


사람들은 부잣집에 태어나 부러울 것 없이 유복하게 자란 이들을 부러워하지만 난 스무 살 이후엔 한 번도 그런 마음을 품은 적이 없어. 어렸을 땐 부잣집 아이들을,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할게. 그땐 어렸으니까. 하지만 스무 살 넘어서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그러는 대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난 뭘 해야 할까. 큰 질병이 없다면 몇십 년 간 내 삶이 이어질 텐데 나는 대체 뭘 해야 이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쓸 수 있을까? 내 고민은 이런 것들에 온통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예수를 존경했고, 예수의 삶을 본받고 싶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몰라. 운이 좋게 교회란 델 가게 됐고 그곳에서 예수란 존재의 희생을 배우게 되었거든. 아, 이런 삶도 있을 수 있구나. 자신이 모든 걸 가졌는데도, 모든 걸 할 수 있는데도 높은 이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자기 자신의 목숨을 걸 수도 있구나. 그게 나한테는 무척 큰 영감을 주었던 것 같아.


정의로운 목표를 세우자.

어떤 역경과 고난이 있더라도 (역경과 고난은 필연적이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

나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걸 믿고 일하되 매일 감사하며 살자.

타인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삶을 살자.


이런 것들은 내가 스물다섯 살에 결심한 내용이야. 그리고 지금은 마흔여덟 살이 되었어. 완벽하지는 않았더라도, 나는 23년 전 다짐한 것들을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영달과 이익을 위해 정의를 배신하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열심히 일했고, 하루하루 감사하려 했어.






그 결과는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고 생각해. 난 아직 뭐 하나 뚜렷하게 이룬 게 없지만 여전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 때때로 행복감이 내 영혼을 포옹해 주었고, 내가 어느 지점을 향해 성실하게 굳건히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내 불안감을 잠재워 주었으니까.


자, 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네가 가진 역경과 부당한 조건, 열악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거지? 아, 나는 정말 운이 없구나, 하고 좌절하는 게 너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너의 삶을 개선시킬 무언가를 찾아야 할까? 네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너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거야. 


너는 디킨스가 될 수 있어. 디킨스 같은 삶을 너도 살 수 있어. 그건 네가 지금 당장 네 삶을 너의 삶의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문제야. 네가 어떤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지에 따라 삶은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이 될 수도 있어.


모든 결정은 오직 너의 몫이야.


이 세계는 널 위해 준비된 작은 무대야. 그 무대를 어떻게 꾸미고 만들어나가야 할까? 이것은 모두 네 손에 달려 있어. 너, 디킨스가 되지 않을래? 삶의 고통이 너의 목을 조르더라도, 꿋꿋이 버텨내고 이겨내서 너 자신을 구원하지 않을래? 난 네가 그런 선택을 하길 바라. 네가 할 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어. 디킨스가 해낸 것처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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