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줄곧 해 왔다. 근원적인 질문, 피해가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문제. 나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죽음을 잊지 마라' 등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죽음을 떠올리면, 나는 늘 삶에 감사하게 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나는 한 방향을 선택했고,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누군가는 운 좋게 또 누군가는 운 나쁘게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는 것을.
성경이 가르치는 것들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할 만한 것, 그것이 감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
무엇이 남을까? 나의 죽음 뒤에 말이다. 물론 내가 뭔가를 남긴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으리라. 나는 무엇이 남으리라, 하는 기대를 가지고 그러한 상을 그려볼 수 있을 따름이다. 내가 남기려는 무엇이란, 결국 내 머릿속에만 있다가 사라지는 무엇이다.
너무 가지려 하지 말고, 너무 주려 하지 말 것
삶을 관조적인 눈으로 본다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이 땅 위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기심과 멀어진다. 그 대신에, 더 중요한 것, 즉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메멘토모리'의 힘이다. 가족의 중요성, 친구와 타인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동시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을 실행하는 힘도 생긴다. 그것은 오직 내가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덜 망설이고, 덜 불안해 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내가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해 온 데엔 '메멘토 모리'의 영향이 컸다. 나는 80살에 죽으나 30살에 죽으나 우주적인 시야에서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니,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사람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들엔 귀를 닫았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천 년 전, 2천 년 전, 500년 전 인물의 글이나 말을 찾아 읽었다. 그것이 내 삶에 준 지혜는 컸다.
남기고자 하는 열정
나의 열망과 무관하게, 어쩌면 내가 남기게 될 것들이 아주 초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삶이란 죽는 그 날까지 그저 과정일 뿐이다. 운이 좋다면 나는 꽤 볼 만한 것, 그저 무시해도 될 만한 것 이상의 무엇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리라. 내가 소망이란 걸 가질 수 있다면 그것뿐이다.
자, 나는 내가 받아도 될 만한 것 이상으로 사랑받았고,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누군가에게 주려 사력을 다한 듯하다. 나의 아이들에게, 와이프에게, 가족에게, 어머니에게, 친구들에게... . 나는 알량한 이기심 때문에, 좁은 식견과 욕심 때문에 악에 가담하는 이들을 봐 왔다. 아무렇지 않게 악을 행하면서, 그것이 악인지 인식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이게 인생이지, 말하며 마치 그것이 우주의 순리라도 되는 것처럼 떠드는 군중을. 내가 그러한 군중의 악, 대중의 악, 다수의 악에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나의 양심과 존엄성을 지켰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교육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 것을 즐기는 이유 역시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유전자의 작용이라고도 이야기하나, 글을 쓰는 나로서는 자녀란 그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그뿐이다. 가능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요체다. 군중과는 달리, 나의 경우엔 크기가 큰 것, 추상적인 것, 철학적인 것, 인간적인 것부터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이 수학, 영어를 가르칠 때 나는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 타인에 대한 시각, 세계를 해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아무튼, 내가 죽으면 내가 만든 무엇이 남겠지만, 나의 자녀도 내가 우주에 남긴 유산에 속하리라. 그런 측면에서 내가 교육에 대해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자녀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 품위있고 탁월한 인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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