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딸내미
경상도에서 살다가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에 왔을 때 두 가지에 놀랐습니다. 하나는 4월에도 코트를 입을 정도로 춥다는 점, 또 하나는 그 흔한 돼지국밥 집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데 없으면 아쉬운 것들이 있습니다. 돼지국밥이 딱 그런 경우입니다. 미슐랭 맛집이라 찾아서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김밥헤븐 수준으로 발에 치이던 가게가 하나도 없으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괜히 돼지국밥 집을 찾았습니다. 간만에 먹었다고 감회가 새롭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먹던 거 먹어서 안심이 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돌아가면 또 그립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돼지국밥 난 자리는 평범함이 난 자리인가 봅니다.
별 것 아닌데 아쉬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꿈을 그렇게 꾸고 싶었는데, 평생 한 번도 꾸질 못했습니다. <프로토타입>, <GTA> 같은 게임들을 하면서 간접 경험을 했지만 내가 직접 나는 꿈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그러다, 마흔 한 살 먹고 드디어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오랜 숙원을 이루었으니 후련해야 하는데, 허탈하고 웃음만 나옵니다. 꿈속에서 날긴 날았는데, 어정쩡한 자세로 땅에서 50cm 정도만 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본 만화 <쿤타맨>이 떠오릅니다. 쿤타맨은 파리 날개 태울 정도의 쿤타맨 광선과 땅에서 30cm 날기가 특기입니다. 위경련이 특기인 메뚜기가면맨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저게 어떻게 나는 거냐고 웃었었습니다. 이제 남 비웃을 처지가 못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꿈을 한 번 꾸고, 얼마 후에 또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번엔 아내와 함께 우산을 잡고 하늘을 꽤 높이까지 날았습니다. 그래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처럼 시원하게 날지는 못했습니다. 위태위태하게 날다가 결국 내려와서 버스를 탔습니다. 꿈에서 보기에도 대중교통이 나은가 봅니다.
원하는 꿈을 실컷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에서 날겠다는 것도 아닌데. 별 것도 아닌데 꿈에서라도 좀 마음대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는 자식놈들도, 꿈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얼굴을 몰라서 그런가 싶다가도, 그렇다고 뒷모습도 안 보여주냐 하고 입이 삐죽 나옵니다. 어떻게 생겨도 좋으니, 꿈에서라도 얼굴 좀 보여 주지. 아빠 잘 지내, 하고 인사라도 해 주지. 별 말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