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아이콘

by 배유정

식당이나 카페에 우리 부부만 남겨질 때가 많습니다. 뭘 믿고 그러는지 사장님들이 하나같이 막 자리를 비웁니다. 어디 다녀온다고 말도 안 합니다. 우리는 둥지에 남겨진 제비새끼마냥 얌전히 사장님을 기다립니다.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길을 묻습니다. 길치에다 지명을 잘 잊는 사람임을 그들은 몰랐겠지요. 대부분의 경우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아주 가끔 자신 있게 알려주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잘못 가르쳐준 적도 있습니다.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길 잃은 양들에게는 사과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도 너무 남을 믿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놀러 가면 어디로 가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세 번이나 놀러 갔던 해변이 같은 곳이었음을 세 번째에야 알았던 적도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였는지는 물론 또 까먹었습니다. 이런 나를 믿어주는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식당이나 카페를 떠맡는 것은 사람이 없는 시간에만 갔기 때문이 아닐까, 자꾸 길을 묻는 것은 자그마한 놈이라 만만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가능성은 있지만 암만 생각해도 너무 잦습니다.


직접 말하긴 정말 민망하지만, 얼굴이나 목소리가 신뢰가 간다는 말을 꽤 듣습니다. 솔직히 금덩이를 놓고 가도 손대지 않을 생각이긴 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신뢰받는다는 것은 꽤 복잡한 느낌이지만,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합니다. 남들한테야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지만, 상대가 아내와 아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신뢰받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전적으로 부모를 신뢰합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남들 말고 내 자식들에게 신뢰의 아이콘이 되려고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아빠와 함께라면 다른 건 아무것도 상관없을 정도로.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런 어려움이 주는 뿌듯함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서 코브와 멀이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깊은 꿈속에서 죽음으로써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철로 위에 함께 누워서, 코브가 멀에게 묻습니다. 만약 기다리는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몰라도 상관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멀이 대답합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거니까."


Cobb : "You're waiting for a train. A train that will take you far away. You know where you hope the train will take you, but you can't know for sure. Yet it doesn't matter. Now, tell me why?"
Mal : "Because we'll be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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