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저희가 만난 건 10월의 어느 날이었죠.
조금은 쌀쌀했던 그 가을날, 서로의 눈빛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후, 저희는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었고 1월, 겨울의 한가운데서 오빠는 용기 내어 처음 마음을 고백했었죠. 그날의 떨림과 설렘은 아직도 제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 둘만의 시간. 함께 웃고, 울고, 기대고, 때론 다투기도 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진심이었고, 저는 진심으로 오빠를 좋아했고, 또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요. 제가 드리는 마음보다 돌아오는 마음이 점점 작아지는 걸 느꼈고, 그 조용한 간극 속에서 혼자 상상하고, 해석하고, 기다리는 저만 남아 있더라고요.
오빠는 자주 “내가 자격이 없다”고 말했지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저와의 거리를 두기 위한 핑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지켜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는 걸, 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끝까지 오빠를 믿고 싶었어요. 우리가 함께했던 436일이 의미 없었던 시간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저도 이별을 고하려고 해요. 사랑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는 것, 사랑이란 결국 함께하려는 의지의 총합이라는 걸 이번 사랑을 통해 배웠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불안한 사랑 속에 저 자신을 가두며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를 존중해주고, 함께 걸어가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오빠도 그 시간 동안만큼은 진심이었기를 바라요. 적어도 저희가 함께한 그 시간들이 서로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래요. 오빠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저 이제는 저를 더 이상 외롭게 하는 사랑을, 조용히 놓아주려는 거예요.
부디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라요. 그리고 언젠가 저와의 시간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때의 제가 오빠 삶에 작은 따뜻함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요.
안녕히 잘 지내요.
언제나 따뜻한 사람이길 바랐던
당신의 연인이었던 사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