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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누난나 Jan 28. 2024

우리만의 대화 패턴

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오늘은 결혼문답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생각나는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일단 처음에 만나서 점심을 깨*이에서 약 10000원어치를 사들고 탄천으로 갔다. 탄천에서 자리 잡고 앉아 밥 먹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1. 나를 나타내는 단어 3가지씩 말하기


내가 먼저 그분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찾아 말하기 시작했다.

애매모호, 건강, 자몽..? 기억은 정확히는 안 나지만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2가지를 더 말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매모호는 언제나 정확한 답이 아닌 ‘눈누난나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라던지 ‘눈누난나가 다 맞아~’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정확한 상대방의 의견이 듣고 싶었는데 그냥 내 생각에 동의한다고 하니 때로는 성의 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건강은 말 그대로 건강하다. 누가 봐도 근육질 20대의 몸매다. 건강미 있다. 자몽은 처음 먹을 때는 쓴데 먹다 보면 그 매력에 빠진다. 이 사람이 그런 자몽 같은 매력이 있어서 자몽에 비유했다 :)

그분은 나를 나타내는 단어로 파스텔톤, 건강, 복숭아, 감사와 긍정이라고 했다. 파스텔톤의 특징은 어떠한가 어디나 잘 어울리고 어딜 가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분위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건강! 나 또한 주 4일 운동을 하며 필라테스와 피티를 즐긴다. 건강미 있다. 복숭아는 얼굴의 홍조가 있어서 조금 뛰거나 운동을 하거나 추우면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해진다.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복숭아라고 표현한다. 감사와 긍정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지만 요즘 감사와 긍정이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를 하고 현재를 즐기며 긍정적인 사고로 안 좋은 상황조차 결국엔 좋게 마무리를 해서 그렇게 비유했다고 생각한다.


탄천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지금의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다가 카페로 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는


2. ‘헤어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였다. 글을 쓰게 된 첫날 그날은 나의 엄마가 번역을 하신 영화 GV를 같이 보러 갔던 날이다. 그분은 그날 헤어짐에 대해 상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서 동감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날 말고는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분은 사람이라면 분명 그런 순간들을 상상하곤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처음에 여러 번 있었다고? 하다가 그냥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하이볼을 먹으면서 그분이 이야기했던 것 중에 ‘나를 외롭게 할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기고 이 결혼.. 가능한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헤어짐을 생각했다. 근데 이걸 바로 말하기엔 좀 부끄럽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이런저런 다른 핑계들을 대었다. 근데 저녁을 먹는 와중에 사실 아까 말한 건 다 핑계고 실제로 내가 생각했던 한순간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하면서 하이볼을 먹은 후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다. 묵묵하게 듣더니 그런 고민까지 했다니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그때 그 사람이 외로움에 관한 말을 한 의도가 처음에는 심각하게 다가왔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고 만약 그 상황이 오더라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충분히 노력할 사람이기에 조금(약 4일 정도 ㅎ) 고민을 하고 생각을 멈췄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까지 봐온 그분의 행동은 언제나 노력이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언제나 최고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기에 지금까지의 행동을 믿기로 다짐했었다. 걱정과 달리 실제 솔직한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역시나 그런 사람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될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다. 가끔 서툰 단어 선택으로 나의 생각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끔 만들어 주는 그분이지만 덕분에 나에 대해서도 그리고 너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좋았다. 사실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다. 내가 그걸 감수하고 결혼을 한다면 결혼은 현실이니까 불행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 살아나갈 것 같았다.


두 번째 주제는 살짝 길고 깊었는데 세 번째는 더 깊게 들어갔다.


3. ‘종교’ 관련 문제에 따른 외로움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일단 나는 기독교이고 그분은 무교이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교회만 다녔고 그분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종교를 딱히 갖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약한 사람들이 갖는 것이 종교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졌을 때 종교를 찾으면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거나 기도를 통해 신을 믿으며 희망차게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것도 맞으니까. 하여간 종교인인 나로서는 설교에 대한 나눔을 하지 못할 것 같고 그에 따른 교회 공동체와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분도 마찬가지로 내가 종교생활을 함으로 그분과의 시간이 줄어들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종교를 떠나겠다!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분의 입장에서도 결혼을 한다고 한들 종교를 가질 생각이 없다! 였다. 종교만 빼면 진짜 괜찮은 우리인데 종교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다니 종교가 생각보다 삶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꼈다. 조율이 될 수 있는 일일까 싶기도 했지만 대화를 해나가면서 조율 또는 존중을 해나갈 수 있겠다고 느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함께 종교 생활을 한다면 더 나은 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더 깊은 공동체인 가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때로는 나의 기대와 바람과 달리 결과가 나올 수 도 있는 것이기에 오늘 대화는 일단 ‘우리 안에 종교에 대한 조율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로 끝이 났다. 그 사람은 종교 관련 문제로 우리 가족과 어떻게 지낼지도 이미 상상을 해봤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만약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우리 가족은 또 다른 갈등을 직면할 것이고 우리 가족도 무교인을 집에 들이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포용이 필요한 가정인 것도 맞다. 특히 부모님 두 분이 정말 완고하기에 좀 마음을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은 이제 우리 가족을 보고 기독교에 대해 생각할 텐데 부모님이 만약 배척한다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한다면 이 부분에서는 무조건 한 번은 갈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나의 역할 또한 대단히 중요하겠지… 벌써 머리 아프지만 이런 갈등이 없는 집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딜 가나 갈등은 있고 그 갈등을 함께 어떻게 헤쳐나가며 성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오늘의 대화는 결혼문답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즉흥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소중하고 특별했다.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고 포용해 줄 수 있는 대화를 잘하는 것 같다. 대화를 할 수 있다, 대화가 잘 통한다 라는 부분만 맞아도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내 입장부터 생각해 주고 나의 의견을 물어봐주고 그래서 고마운 부분이 참 많은 사람이다. 추가로 내년에 어떤 걸 하고 살 예정인지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근데 이 부분은 개인정보가 너무 많이 나와서 공유는 하지 않는다는 것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오늘 이야기, 어쩌면 하기 힘들고 듣기 싫을 수 있었는데 충분히 들어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 고마웠다. 덕분에 특별한 하루가 된 것 같아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해야 하는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다음 주는 우리 교회 오빠의 결혼식에 간다. 아마 결혼예배로 드려질 텐데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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