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는 사람 결혼식이 있는 토요일이었다. 내 지인의 결혼식이라 나는 그분들 결혼식에 가고 그 사람은 다른 모임에 참석했다. 함께 아는 지인이라 같이 갈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왜 같이 안 가냐고는 묻지 않았다.
친한 교회 언니오빠의 결혼식이다. 주례는 목사님이 하셨는데 ‘서로 사랑하라’는 말 밖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인상 깊었던 오늘의 결혼식은 축사였다. 언니와 오빠는 cc였어서 같은 학교 후배들이 축사를 해주었는데 재밌게 그리고 뭉클하게 이야기를 해서 두 사람을 얼마나 잘 아는지,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한 글자 한 글자에 가득 담겨있었다. 여기서 내가 생각해 보았던 것은 나도 그런 축사를 부탁할만한 친구가 있는가.. 였다. 오늘 결혼식은 남일 같지 않았다. 만약 나의 결혼이라면… 을 되게 많이 생각해 보는 결혼식이었다. 이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슬슬 그런 대화를 하다 보니 나에게 대입하여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누구에게 축사를 부탁할지는 참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축사를 부탁하는 것인지, 친구 중 어떤 친구에게 그런 부탁을 해야 좋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생각과 동시에 떠오른 친구 3명이 있다.
첫 번째 친구는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거의 모든 남자들을 아는 친구다. 진짜 친하고 그 친구의 오빠가 두 명 있는데 그 오빠 중에 한 명이랑 결혼하겠다고 내가 농담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두 번째 친구는 나랑 진짜 많이 싸웠고, 어떻게 보면 결이 안 맞는 듯 보이는 친구인데 서로 뒤끝이 없다. 엄청 싸우고 다시 만나 화해하면 그냥 그걸로 그 일은 종결이다. 다른 사건에 연연하거나 나중에 싸울 때 또 그 일을 끌어오지 않는다. 이 친구에게는 나의 밑바닥까지 보인 적이 있다. 부끄러웠고 숨고 싶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친구로 대해주었다. 지금까지 계속 친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 친구는 나의 일생을 대부분 함께해 온 친구다. 사실 친구이자 친동생이다. 내가 결혼한다면 나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끼게 될 친구다. 항상 집에 오면 내가 있었고 부모님한테 혼나면 내가 방패막이되어주었던 적이 많았고, 부모님께 말 못 할 이야기들 언제나 내 방 침대에 걸터앉아 새벽이 다 지나도록 이야기했다. 가장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구보다 곁에서 서로의 편이 되어주어 응원한 베스트 프렌드다.
이렇게 세 친구가 생각이 났는데 ‘축사’라는 것은 나를 잘 아는, 혹은 나와 내 짝꿍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 같다.
결혼식이 끝나고는 그 사람이 운영하는 다른 모임에 조금 늦게 참석했다. 그곳에 가서 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활동들을 했다. 활동 후에는 잠실로 넘어와 BBQ를 먹고 엄청 큰 구슬아이스크림을 한 대접 먹었다.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했던 생각은
‘동상이몽’
그렇게 큰 사이즈의 구슬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한 개 시켜 나눠먹는 줄 알았던 나와 달리 당연히 각각 한 개씩 큰 구슬아이스크림을 먹자는 그 사람. 결혼식에 안 가고 자신의 위탁운영하고 있는 모임에 먼저 가 있겠다는 그의 말에서부터 동상이몽을 느꼈던 것 같다. 나와 함께 결혼식에 갔다가 늦게 참석해도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닐 텐데… 굳이 먼저 그 모임에 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뭐였을까? 또한 구슬 아이스크림도 이렇게 큰데 각자 먹는다고? 나눠먹으면 더 맛있고 서로 먹여줄 수도 있고 맛도 같이 고를 수 있는데 굳이 각자 먹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에 나는 누군가와 뭐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사람은 자기 바운더리의 구별이 뚜렷한 사람이다. 만난 지 2년이 되어가지만 우린 아직 이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다름을 느낀다. 뭐든 함께하고 공유하고 싶은 나와 달리 자신의 공간 구별이 뚜렷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부분이 서운하기도 하다. 같이하고 친구를 소개해주고 이러는 일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는데 생각이 다르다 보니 어려운 면이 있다. 오늘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생각이 이렇게도 다르구나를 느꼈다. 다름을 인정하고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 존중이지만 이건 뭔가 좁혀질 수 없다고 느꼈다. 살짝 부정적으로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2년 정도 만났으면 나와 공유하는 것이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직 아닌가 보다. 그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잘 이야기해 주지 않아서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경향도 있지만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면 실망하는 법이니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 내가 먼저 그 생각을 잘 말할 수 있게 끄집어내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좋고 그 사람도 좋은 것일 텐데… 참 어렵다. 하여간 오늘은 여러 가지 일정이 많아서 이러한 대화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요즘 그냥 나 자신이 생각이 너무 많고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부디 다음 주는 이번주보다 나은 나날들을 보냈으면……. 그렇지만 다음 주와 다다음주는 주말 풀근무다. 생각만 해도 벌써 지치는데 힘을 내봐야겠다.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직장에서 사내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상사의 뒷담을 즐겨하는 선임에게 ‘여기서 이렇게 말하지 맙시다. 상사님께 불만인 부분이 있으면 우리끼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님 앞에서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다. 험담 듣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나로서는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도저히 잘못한 점은 찾을 수 없어 사내따돌림은 힘들지만 철판 깔고 견뎌내고 있다. 그 와중에 짝꿍도 나 혼자 어디 가게 하고, 아이스크림도 따로 먹고 하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크게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주는 조금 더 담대하게 어깨 펴고 다녀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떳떳하니까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지내보아야겠다. 아직 상사분께서는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셔서 내가 상사분께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선임의 눈칫밥을 조금씩 먹으며 지내봐야겠다. 사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시선이 무척 신경 쓰인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나의 이러한 처지를 내 반 아이들이 알게 되는 것… 그게 가장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 요즘 친구들은 정말 나보다 더 거침없고 부모님께도 이 사실을 말한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더 괜찮은 척, 아무 일 없는 척해야 한다. 진짜 힘내자 눈누난나! 할 수 있고 너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야 견뎌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