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통했다’ ‘텔레파시~’라고 흔히들 이야기하는데 나는 보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사고방식이 약간 달라서 나와 통한다?라고 느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족들과도 많이 달랐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도 통한다..라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어쩌면 누군가와 통한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근데 그분과 오늘 진짜 ‘통했다’라고 느끼는 사건이 있었다. 그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평소에도 사람에 대한 심리파악이 빠르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아마 나는 이미 그분께 많이 간파당했을 것이다. 그분은 사회생활을 할 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많았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를 싣고 이야기하거나 아예 가볍게 말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소중한 사람 중 한 사람이 되니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 감사하고 신기하다.
그래서 오늘의 사건은 이번주 목요일? 저녁 통화를 하다가 나의 롤모델이 있는 회사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일을 하면서도 하루종일 그 공고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고 그 회사에 대해 더 조사했다. 비록 아직 사회초년생이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에 경력직을 뽑고자 하는 그 회사에는 내가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나도 현재 나를 알고 있었지만 cs전화업무라도 하고 싶어 무작정 달려들어 지원서를 작성하려고 했다. 불행히도 그날 일들이 너무 바쁘고 이슈가 툭툭 터져 나와 지원서는 작성하지 못하고 저녁에 그분과 통화를 하며 이런 공고가 나왔고 거기에 지원하려고 했다며 이야기를 했다. 평소 누군가를 훈계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왜인지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말들을 했다. 그걸 들으며 그의 말이 다 맞는 말이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롤모델이 있는 곳이니까 일단 뭐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가득했다. 그리고 생각도 많아졌다.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지… 내가 너무 무작정 달려드나… 등 현재 내 모습이 어떤지 잠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인생의 마지막 공채인 듯 달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하고 있는 일의 마무리가 지금 더 급하고 중요한데 다른 것에 더 집중을 하려고 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걸 발견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생각하고 실력을 키운 후 지원해 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재 일이 얼마나 안 맞으면 내가 이렇게 새로운 공채만 뜨면 달려들어 새로운 곳을 알아보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별로일지 몰라도 현재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해서 다시 마음을 잡게 되었다. 일의 마무리와 아이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되었다.
훈계 및 자신의 생각들을 말로 하고 편히 못 잘 것을 알기에 그날 하루 직장에서 정신은 차리고 일을 할 수 있을련지.. 생각은 정리가 되었을지 걱정이 되었다. ( 걱정은 되었지만 알아서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도 들었다. 나보다 강하고 성숙한 사람이니까.) 보통의 직장인과는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오전 자유시간에 그분은 일을 하고 있으니 연락을 남기고 싶었지만 망설여졌다. 카톡으로 남기자니 회사일도 엄청난데 카톡까지 진지하게 보내버리면 부담이 더 늘어날 것 같아 편지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편지를 쓰고 토요일에 만날 때 주면 너무 늦진 않을지 걱정되었지만 그 시간 동안 서로 더 깊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싫어질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를 믿기로 다짐한 나 스스로의 첫 다짐이었다. 지금까지 가족이 아닌 타인을 믿어본 경험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온전히 믿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마음은 이렇게 먹어놓고 그 시간 동안 나의 생각정리도 중요했지만 그 사람의 카톡 하나하나, 반응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믿기로 마음과 생각은 다짐했지만 나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은 불안 속에서 보냈다. 그래도 믿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토요일까지는 기다려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만난 토요일, 그 사람이 한참 신나게 놀고 저녁을 먹으며 잔잔하게 그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린 처음 만났을 때 지금과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밥 먹을 때 한마디도 안 시켜서 그 부분에 있어 편안함을 느꼈었다. 첫 만남에서 진짜 밥만 먹었는데 불편함이라고는 1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밥 먹으면서 말을 잘한다.ㅋㅋㅋ 물론 지금도 항상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맛있다는 것도 눈빛으로 이야기 나누고 더 먹고 싶은 것도 눈으로 이야기한다. 하여간 먼저 이야기의 물꼬를 터 준 그 사람 덕분에 편지에 쓴 내용을 나도 말로 전달할 수 있었다. 어떤 부분에서 서로가 우려했을지 알고 있었고 서로 그 부분에 대해 믿음을 주려고 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고맙고 내 생각과 같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고민이 된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여 연두색이 된 느낌이었다.
다시 집으로 와서 편지를 전달하고 단호박으로 조각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결론은 이렇게 다른 집에서 살고 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 결론마저 같았음이 우리가 진짜 잘 맞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 ‘마음은 통한다.’ ‘진심은 통한다.’ 그런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 본 결과, 역지사지로 서로 생각을 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통했던 것 일 수 있지만 서로의 관점에서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던 부분이 이렇게 작용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또 한 번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보통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나는,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p.s:오늘도 우리답게 잘 놀았고 알찬 데이트 했다 :)
한주도 힘내고 다시 빨리 다음 주 주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내가 만든 프랑켄슈타인 단호박씨 ㅎㅎ 아무래도 스마트폰 없이 노는 데는 소질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