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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누난나 Feb 18. 2024

가족에 대한 이야기

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고 사생활이 담겨있음


오늘은 오랜만에 자주 가던 역부근 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너무나 화창한 날씨가 우릴 밖으로 이끌어 내었다. 사람들은 다 비슷한지 요 근래 그 공원에서 봤던 인파 중 오늘 가장 많은 인파가 있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많이 뛰어놀러 나와서 어릴 적 공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이들이 되게 많았는데 지금 확실히 저출산 시대인 것 같긴 하다. 공원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도 요즘엔 신기할 지경이다. 하여간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면서 광합성을 하고 산도 타고 자연을 느끼며 걸었다. 둘 다 자연 속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고 자연과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하며 자라서 그런지 자연 속에서의 편안함을 굉장히 추구한다. 저녁으로는 시카고 피자를 먹고 집 주변 하천을 거닐었다. 그곳에서 이제 진짜 이야기 오늘의 대화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그분이 자신의 엄마 이야기를 하며 남편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대 남자들(60-70년생)들은 다 비슷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빠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엄마와 남은 평생을 지내야 하기에 요즘 상당히 노력하고 서로 우정이 아닌 사랑으로 바라보기 위해 데이트도 하고 노력도 한다. 자녀들이 보기엔 그 모습이 참 바람직하다. 근데 그분의 부모님은 이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직 어려움을 겪고 계신 듯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그분이 아들로서 엄마를 더 챙기고 있을 때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아들들은 결혼하면 효자가 된다고 한다. 살짝 그 느낌을 받으면서 거리감이 확 느껴졌다. 티는 안 냈지만 상대방은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끝까지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기에 만약 나랑 더 깊은 관계로 발전을 한다면 자신은 엄마를 위한 시간을 조금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할 것 같은 느낌이기는 했으나 막상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신선했다. 애초에 이 얘기를 듣기 전에 나는 그분의 집을 많이 놀러 가는 편이었다. 어머님도 너무 좋으시고 아버님도 너무 재미있으신 분들이라  만약 내가 여기서 산다면…이라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물론 직접 살게 된다면 또 다른 어려움들이 봉착하겠지만 일단은 너무 좋은 분들이라 만약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내가 이 사람의 부모님한테 잘하면 이 사람도 내 부모님한테 잘하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하면 그 부모님께 잘할 거다.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잘했던 것처럼 그쪽 부모님한테 잘할 거다. 그리고 상대방이 내 부모님한테 잘하든 아니든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굳이 말을 해야 하나 싶지만.. 요즘 일할 때도 지적받는 것이 굳이 말을 해야 하나…를 말하라는 부분에서 지적받고 있다. 원체 생색을 못 내는 스타일이라 굳이 말해야 하나 싶으면 그냥 말하지 않고 있어서 보통은 내가 그들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주었는지 시간이 좀 지나고야 아는 편이다. 근데 일터에서는 일의 특성상 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학부모들이 알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생색 내기가 새삼 어렵다고 느낀다. 근데 이제 결혼을 만약 한다면 그쪽 부모님에게만 잘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을 존경하고 자신의 부모님보다 우리 부모님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바라긴 한다. 세상 모든 것이 내 바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바랐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사람을 바라기 전에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 부모님에게 잘하며 그 사람이 우리 부모님에게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나부터 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부모님과의 시간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 사람이 시간을 내기 힘들 때에는 내가 그의 역할을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안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내가 먼저 그 부모님에게 잘하고 우리 부모님도 챙겨드리는 여유를 좀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이방인으로 상대방의 가족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내가 어떻게 하든 소중한 사람을 데려간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있기에 내가 부모님의 아들을 데려간 것이 아닌 딸 하나 더 입양하신(?) 느낌이 들게끔 해야겠다 :) 그리고 우리 부모님에게 어떻게 한다라는 것은 내가 바라기 보단 그 사람의 선택이기에 현명하게 선택하고 행동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말 안 해도 나보다 잘할 거 같긴 하다.


오늘 이야기를 통해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진심으로 더 깊은 관계까지 생각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어쨌거나 나는 이타적인 성향으로 그 사람과 그 가족을 먼저 생각해 보곤 하는데 오늘의 대화는 그 사람 가족 위주의 대화였고 ‘우리 엄마 내가 지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은 대화였다. 결혼을 하면 누군가 든든한 내편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냥 내편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순간순간의 대화들 속에서 자꾸 상대방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마음에 꽂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지만 특별히 더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이야기 같이 들린다. 나보다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먼저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부분들에서 가끔은 상처를 받는다. 온전히 너만 사랑해!라는 말을 해도 의심의 의심을 할 텐데 애초에 ‘나는 내 가족이 중요하고 엄마가 예전같이 않기 때문에 엄마가 있을 때 더 잘해야겠고 시간을 보내야겠어. 그래서 그 부분은 이해해 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를 할 때 이해는 하지만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똑같이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 우리 부모님도 내가 결혼해서 그쪽에만 더 잘한다면 딸을 뺏긴 느낌일 텐데 싶기도 하면서 상대방의 부모님이 아들을 뺏겼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먼저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바보 같고 너무 이타적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도 적당히 하다가 너무 우리 부모님을 신경 안 쓰고 그런다면 점차 그쪽 부모님한테도 잘 안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충분히 내가 남편 혹은 아내에게 사랑받는다고 느끼면 당연히 상대방 부모님에게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확실히 생각이 정리되었다. 이런 생각이 정리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 한 테만큼은 이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하든 나는 그 가족들한테까지 잘하고 싶었고 더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금쪽이 같은 아들을 잘 키워내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조금이나마 알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지만 이 사람과 그 가족 한 테만큼은 그 어떤 것도 재지 않고 나누고 같이 풍요롭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이 마음이 끝까지 지속되면 좋겠다. 나는 그분들을 존경하고 너무나 배울 점이 많으신 분들이기에 그리고 애지중지 키우신 그 아들에게도 내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지켜봐 주신 분들이기에 꼭 지금보다 행복하게 그리고 의지하실 수 있게 다가가고 싶다. 내 입장에서만 글을 써서 그렇지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저 나의 반응을 보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른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한 만큼 원하는 바가 있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결혼이란 두 가족이 하나가 되는 것?

결혼이란 두 가족 사이 연결체가 생기는 것!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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