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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누난나 Jan 21. 2024

배보다 배꼽 결혼문답 제2차시

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저번주에 하이볼 한잔 만들어 먹으면서 엘리멘탈 노래와 함께 딱 2가지 질문에 문답을 했다. 문답 이후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풀도록 하겠다.


이번엔 꽤나 오랜 시간 그리고 물만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오늘이 찐이다.


오늘 했던 이야기보따리 풀기~


서로를 만나면서 속상했던 적이 있는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우리 둘 다 상대방에게 속상함을 느끼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속상함을 이야기했다. 그게 우리가 안 싸우고 지금까지 만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분명 각자 상대방에게 속상했던 순간도 있었을 테지만 그건 그때의 감정으로 털어버리거나 순간순간 말해서 털어버리고 잊었다. 그분은 말실수를 한 적이 딱 한번 있는데 그게 사실 심하게 속상한 순간이긴 했다. 그렇지만 속상함을 오래 가져봤자 뭐 하나~싶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속상하다고 솔직한 나의 감정을 말하고 상대방은 잘 들어주고 사과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걸로 그 사건은 종결이었다. 사과도 받았고 나도 나의 속상함을 말했으니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아직까지 그 사건을 마음에 담아두고 자책하고 있었다. 그때의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진짜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이야기를 했다. 근데 이야기 속에서 진실함을 느꼈고 진짜 그 사람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눈은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믿을 수 있었다.


내가 진짜 속상했던 것은 그 사람이 정말 많이 아플 때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건 진짜 마음 아픈 일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아팠을 때, 엄마가 나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음의 십 분의 일 정도는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저 그 사람이 잘 이겨내길 지켜보고 응원하고 바라보는 수밖에….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


두 번째 이야기를 나눴던 주제

사랑의 언어


사랑에도 언어가 있다. 우리는 짠 것도 아닌데 사랑의 언어 5가지 중 순서까지 똑같았다.


1. 함께하는 시간

2. 인정하는 말

3. 스킨십

4. 상대방을 위한 봉사

5. 선물

순으로 똑같이 적었다. 서로 말하면서 깜짝 놀랐다. 사랑의 언어가 같다는 것도 우리가 안 싸우고 잘 만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을 느끼는 방법이 비슷한 결일 테니까!


세 번째 대화주제는

나에 대해 소개해보기
+부속 질문: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랑스러운 모습


상대는 내가 봐도 참 복잡한 사람이다. 그에 비해 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다. 역시나 이 질문의 답변도 너무나 각자답게 적었다.

나의 소개만 나열하겠다.

나는 긍정적이고 뭐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고민이 되는 일이 있으면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그래서 때로는 내가 너무 감정적이지 않은가..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그게 나야.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랑스러운 모습은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라면 그게 뭐든 간에 진짜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계속해나간다는 거야.

이렇게 단순한 나의 답변에 반해 짝꿍의 답변은 나의 5배 정도로 길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누구보다 자주 이루어지고 내가 봤던 사람 중에 가장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답변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답변을 하면서도 이건 지금의 나인 것이고 내일 혹은 일 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저 대부분의 자신의 성격이나 평소에 인지하는 성격에 대해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생각이 많으니까 어떤 것을 골라 말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나 보다 싶었다.


네 번째 대화주제는 갑자기 결혼생활 쪽으로 건너뛰어서

포르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랜덤으로 아무 페이지나 펴서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다!

일단 포르노라는 것의 범위부터 정해보았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진실되게 말하기로 한 시간이기에 진실되게 말했다고 믿는다. 또한 부속질문으로 판타지가 있냐고 되어 있었는데 그건 아직 둘 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 이런 부분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취향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만 공유하는 것은 바람직한 부부이지 않을까 싶다.


다섯 번째 대화 주제는

상대방의 장점 5가지

그분은 나의 장점을 순식간에 5개 써 내려갔다. 장점이 많은 그분이었지만 특별한 장점을 써주고 싶어서 고민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장점이 더 많은 사람이라 그중에 5개만 골라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쩌면 많은 장점 중 나에게 장점이라고 느껴지는 것을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근제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장점보다는 서로의 단점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 말을 해봐야겠다!


이렇게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이 이야기들에 대한 추가적인 부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더 진행을 했다. 이야기를 이렇게 나누고 나니 6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서 오늘의 대화는 마무리를 하고 짝꿍이 집 가는 지하철 앞까지 바레다 주었다.


집에 와서는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현재 만나는 분과 진실되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라고 솔직한 현 상황을 말씀드렸다. 당황스러울 법도 했을 텐데 부모님이 나에게 해준 말은 감동 그 자체였다.

눈누난나(필명)가 하는 어떤 선택이든 믿고 그 선택을 존중할게.

라고 해주셔서 처음으로 든든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감동이었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께 처음으로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는데 굳이 밀로 표현해 보겠다. 모짜렐라 치즈를 처음 먹었을 때 한입 베어 물고 맛있어서 신세계가 ‘팡’했고 치즈의 늘어나는 것을 보며 맛뿐만 아니라 향과 시각까지 받았던 감동의 느낌과 비슷했다.


처음 이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의 불안과 요동치는 마음이 지금은 또 다른 나의 성장과 가족들의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나는 한 번의 큰 성장을 겪고 있고 나와 주변사람들 모두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성장하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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