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리 다운 연애, 그렇지만 그 안에 너와 나 각자의 연애가 있었다. 우리의 2주년을 추억하기 위해 처음 그분이 고백했던 장소로 향했다. 2년 전 아직 둘 다 대학생이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어 졸업시험과 여러 가지 학교 일정들로 바빴다. 와중에 썸은 열심히 탔다. 그분은 서울에서, 나는 천안에서 대학생활의 매듭을 예쁘게 짓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나보다 한주 일찍 종강을 한 그분은 여러 가지 고심 끝에 천안으로 내려와 나에게 해야 될 말을 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도 대략 눈치는 채고 있었다. 타이밍도 참.. 또 다른 한 곳에서 다른 남자분이 나에게 고백을 하려고 각을 잡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알고 지낸 남사친이 더 이상 나와 친구관계를 못하겠고 자신이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겠다고 그분보다 하루 먼저 마음을 표현했다. 전혀 몰랐기에 당황스러웠고 그분의 고백을 나는 기다렸지만 확실치 않아 일단 이 친구의 고백은 잠시나마 보류해 두고자 생각 좀 하고 이야기해 주겠다고 했다. 나쁜 사람 같지만 이 친구도 진짜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분과 잘 안된다면 이 친구와 더이상 친그관계로 지속하는 건 어렵기에 연인으로 발전해 보려고 생각을 아주 잠시나마 했었다. 근데 생각을 해보고 또 해봤지만 친구랑 도저히 연애? 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그분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근데 이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자기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이 되어 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상황 자체는 너무 슬프고 미안했지만 동정의 감정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 아니라고 생각해서 친구 하나 잃었다고 생각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천안에 오신 내가 기다린 그분. 역시나 만발의 준비를 하고 오셨다. 2년 전에는 각자 자리에서 각자의 길을 걸으며 정해진 장소에서 만났는데 오늘은 우리가 2년 전 각자 다녔던 길을 함께 걸으며 그때의 기분과 추억을 공유했다. 사실 그때의 기분….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함께하는 것이 좋았고 앞으로가 기대되었다는 것. 이번에도 역시나 같은 마음이었다. 천안은 나에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추억들과 기억에 남는 장소들을 남겨준 곳이기에 그분에게 다 소개해주며 나의 추억을 공유했다. 누군가와 나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 꽤나 괜찮은 기분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고 내 추억들도 다시 돌아보며 그 사이사이와 마지막에 그분을 함께 껴둘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일단 첫 번째 추억의 장소는
‘단대호수’
대학 다닐 때 친한 남자나 과팅에서 만난 남자가 단대호수에서 만나자고 한다? 거길 걷자고 한다? 100%로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 쨋든 여러 에피소드가 있지만 건너뛰고 그분과 단대호수를 걸으며 우리의 망고를 애타게 불렀다 ㅎㅎ(우리의 망고라 함은 우리가 아주 아끼는 길고양이 이름이 망고인데 집 주변에서 망고야~라고 부르면 미야옹 하면서 우리 주변으로 나타나는 그런 고양이가 있다. 동물을 부를 때 보통 우리는 망고를 부른다 ㅋㅋㅋ)망고를 부르면서 찾은 동물은 오리와 수달. 아쉽지만 수달은 찾지 못했고 눈보라를 뚫고 그 찬물에서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하고 있는 오리가족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단대호수 한 바퀴를 돌고 학교로 가서 학교 앞 당구장에서 포켓볼도 치고 놀았다. 오랜만에 오는 학교 앞쪽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새롭기도 했고 다시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눈 오는 날 학교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진짜 너무 신기하게 그날 눈이 엄청 많이 와서 학교 가는 길목이 다 눈이었다. 덕분에 버스도 안 오고 진짜 표류된 기분이기는 했지만 그것도 나름 추억이다 :) 눈 오는 학교를 정말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아무도 밟지 않은 그 눈을 제일 처음 밟고 발자국을 내며 즐겼다. 눈 위에 발자국을 내며 생각했던 것은 내 인생이었다. 그 누구도 밟지 않은 눈처럼 내 인생 또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그런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특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더 다른 사고방식으로 다른 가치관으로 내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나의 그런 삶의 방식과 가치관들을 이해해 주는(?) 존중해 주는 그분이 있어 지금의 내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문득
‘아 이 사람이랑 살면 내가 나답게 살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산다면 우리만의 길을 만들고 발자국을 찍으며 우리답게 살 수 있겠다. 그게 부자가 되는 길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답게 우리처럼 세상을 즐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분과 결혼하겠다고.
우리의 인생을 같이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이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하루가 끝나가고 있어 숙소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우리가 애정하는 대화의 책을 펼쳐 대화를 시작했다.
주제는 총 4가지가 있었는데 각각의 색을 정하고 상대방이 어떤 색에 어떤 주제가 매치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색을 고르면 그 색에 해당하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분이 매칭을 했고 내가 색을 골랐다. 내가 고른 색은 주황 Orange 그에 해당하는 주제는 결혼준비, 매우 적절한 대화 주제라 만족했다.
그렇게 시작된 질문
1. 결혼식을 어떻게 하고 싶어?
나: 나는 세속적인 사람이라 일단 축의금 많이 받고 결혼하고 싶어. 사람들 최대한 많이 부르고 아주 평범하게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어.
그분: 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ㅇㅇ이가 말한 것처럼 하는 평범한 결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얼마 전에 어바웃타임 봤잖아? 그거처럼 결혼하는 거야. 우리답게 우리의 스타일대로
2. 결혼준비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분: 다 필요 없고 너만 있으면 돼
나: (허허…….) 나는 있다는 가정하에 다른 걸 말해보자^^
그분: 알겠어 ㅋㅋㅋㅋ 음 나는 신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둘에 대한 신뢰. 서로가 서로를 믿어줄 수 있어야지.
나: 아하..! 맞지 동감이야! 나는~~ 청첩장 필요해.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해서. 나머지는 딱히.. 근데 뭐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고!
3. 어떤 계절에 결혼하고 싶어?
나: 가을! 봄은 내 생일, 여름은 오빠생일, 겨울은 우리의 만남이니까 가을에 아무것도 없어서 가을 이벤트를 만들고 싶어.
그분: 나도 가을! 보통 가을하면 이별을 많이 떠올리는데 우리의 만남으로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만남으로 이어지는 시기가 되면 좋겠어.
4. 신혼여행은 어느 정도의 길이로 어디로 가고 싶어?
나: 일주일 이상 이주 살짝 안되게, 오로라 보러 캐나다 옐로나이프나 뉴질랜드같이 한적하고 자연이 예쁜 곳에 가고 싶어
그분: 10일 이상, 나도 한적하고 사람이 좀 없는 곳이면 좋겠어 휴양지 느낌으로(이렇게 말한 게 맞나.. 기억이 가물한데 하여간 이런 느낌으로 말한 것 같다)
5. 결혼하면 꼭 해보고 싶은 거 있어?
그분: 금요일 저녁 7시부터 토요일 오전 5시까지 밤새서 영화 보기, ㅇㅇ이가 밤샘 영화 보고 싶다고 한적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
나: 퇴근하면 매일 꼭 안아주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했고 뭔가 더 이야기한 것 같은데 예전 추억들 이야기도 하고 결혼에 대한 질문들에서 추가 질문으로 이야기를 했다. 진짜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일단 둘 다 결혼에 대한 마음이 있음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