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짝꿍이랑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다가 열심히 졸고 나와서 우리끼리 한참을 웃었다. 평소에 이런 공연은 찾지도 않으면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케스트라를 다 보러 가고 그냥 우리의 모습이 웃겼다 ㅎㅎ 외출 나온 김에 서울 구경 쭈욱 하고~ 사람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 숨 좀 돌릴 겸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는 편백나무 찜기에 올려진 고기를 저녁으로 먹었다.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우리라 음식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말없이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먹을 때 대화라고는 눈빛으로 대화 또는 끄덕끄덕이 끝이었다. 배블리 다 먹었으면 진짜 우리의 대화가 시작할 때이다. 밥도 먹어 배도 부르고 날도 선선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대화주제 <짝꿍이 꿈꾸는 결혼 전 여행>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인 우리 집에서 혼전 여행은 절. 대. 성사될 수 없었다. 짝꿍이 어떤 의미를 갖고 이야기했는지는 이해가 되지만 절대 허락받을 수 없는 이야기로 나를 상당히 당황시켰다. 평소 부모님의 말을 잘 안 듣고 내 마음대로 하는 나로서 갑자기 왜 말을 잘 들으려 하나.. 싶었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알게 모르게 그런 환경 속에서 살면서 정신세뇌를 당한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 부모님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나랑 결혼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1년간 여행하며 나의 날것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짝꿍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일단 짝꿍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여행 가기 D-1일,
우리가 결혼식 때 입을 옷을 입고 사진 찍은 후 그 옷만 가지고 출발.
그리고 여행은 365일 다녀오는 거고, 여행지 중간중간에서 우리의 웨딩사진을 찍는 거야. 여행하는 동안 엄청 싸울 거고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될 수도 있어. 그렇지만 결혼 전에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봐. 그리고 결혼은 현실이지만 디즈니처럼 살고 싶어. 너랑아!!! 이거 지금 프러포즈 아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던 것은 두 가지다.
와……. 진짜 재밌는 생각이다. 볼꼴 못볼꼴 다 보겠어
아.. 이거 만약 갔는데 나랑 결혼하기 싫다고 하거나 내가 저 사람이랑 결혼하기 싫어지면 어쩌지..
라는 두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멈칫하게 만든 것은 우리 부모님이었다. 절대 이걸 설득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조금이나마 납득시킬 방법조차 없었다. 고민고민 끝에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다녀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만약 갔다가 같이 안 살게 되면 이혼하러 법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것이었다. 이혼이 흠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 이혼하는 것은 진짜 너무 웃긴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식을 나중에 하는 경우도 있으니 진짜 나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다면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그냥 부모님 몰래 이 여행을 시작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이렇게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식은 나중에 올리는 순서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내 생각정리는 끝.
근데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럼 혼인신고부터 하고 가자~’가 아닌 ‘그 방법 말고 그냥 일단 하고 싶으면 밀고 나가는 방법도 있어’라고 말하는 짝꿍의 대답에 이 여행이 망설여지는 것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확실한 답을 원했던 것 같다. ‘여행의 끝엔 무조건 너와 결혼이야 ’ 혹은 ‘여행의 끝은 어쨌거나 너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거야.’라는 확실한 답을 원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약 3개월 뒤에 다른 소식과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