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보스와의 전쟁 제2막.
물론 보스와의 전쟁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합니다. 아무리 제가 옳은 말을 해도 보스가 듣기 거북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저의 패배겠죠. 거의 100이면 100 패배 일 겁니다. 그렇지만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스의 특정 부분에 대해 욕을 하는 것을 듣고 저는 뒤에서 욕하는 것이 아닌 직접 이야기해 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크게 다를 거 같아서 내린 결심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피해를 받고 있고 오해를 받고 있어 이야기해야만 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저녁시간에 따로 줌을 통해 진행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주말 출근을 해도 돈을 주지 않는 회사였고 주말 출근은 시험기간이면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불러댔고 주말에 연락 오는 어머님들 응대는 알아서 해야 했습니다.) 하여간 시간을 쪼개어 줌으로 청소년들 학습을 관리해 주는 활동을 부업으로 하고 있었죠. 그걸 보스에게 그날 들켰습니다. 그래서 뭐 하는 것이냐고 해서 설명을 드렸고 저녁시간은 엄연한 휴식시간이기에 해도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따로 말씀드리지 않고 한 것이라 했습니다. 제가 맡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시간 조절은 잘하겠다고 하였고 실제로 일에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근데 보스에게 걸린 그날따라 선임이 저의 방에 자주 왔다 가셔서 저는 보스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닌 선임을 통해 전달받은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선임이 말씀하신 거라면 다음부터는 저에게 바로 말해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드렸습니다. 근데 보스는 그걸 선임에게 가서 ‘너 의심받았네?’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걸 들은 선임은 저에게 화가 나셨습니다. 다음 날 출근을 했더니 보스가 저에게 카톡으로 다른 사람들과 오해가 있는 거 같으니 오해를 풀라고 하더군요. 오해 생길 일이 뭐가 있지.. 싶어 생각을 하다가 ‘아 보스가 무엇인가 말을 이상하게 전달해서 상황이 이렇게 됐나…’라는 촉이 왔습니다. 이전에도 이미 3명의 사람들이 그런 일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생각을 하다 보니 보스에게 화가 났고 보스의 말 전달로 인해 제가 뭔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저와 같이 일하던 이전 3분도 모두 보스의 이런 말전달 만행으로 퇴사하셨고 심지어 퇴사하면서 보스와 연을 아예 끊은 분도 계십니다. 똑같은 일이 자꾸 이렇게 반복된다면 이번엔 제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하여간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고 제 상황에 대해 직접 다시 잘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다 모여달라고 말씀드린 후 어떻게 된 일인지 어떤 말씀을 들으셨길래 화가 났는지 들었습니다. 역시나 말전달을 이상하게 하셨고 동료분들과 선임과의 오해는 잘 풀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며 저희끼리 또 보스의 욕을 하고 선임이 가장 심하게 보스욕을 했습니다. 듣다 보니 여기서 우리끼리 말하는 것보다 제가 직접 보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이미 벌어진 일이고 저희는 이제 오해 잘 풀었으니 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고 다시 일하자고 다른 분들과의 험담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스에게 따로 말전달과 관련하여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보스에게 말한 내용을 이렇습니다.
같이 일하려면 제발 말전달 안 해주셨으면 합니다. 진짜 제발 부탁이니 말전달은 자제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이전에도 이런 경험 여러 번 있지 않으시냐.. 또 이러다가 이번에는 제가 나가게 생겼습니다. 지금 우리 잘 지내고 있었는데 한번 쌓인 오해 어떻게 풀어나갈지 또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드리며 진짜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말전달은 어떤 의도를 갖고 계시든 안 하시는 게 좋고 하고 싶으시다면 정말 정확한 워딩으로 사람이 말한 그대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저의 간곡한 부탁을 들으시고 기분이 나빠지신 보스는 저에게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고 내일이 되어 이야기하려고 전 직원을 보스가 모았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저에게 오히려 업무시간에 일한 것에 대해 뭐라고 하시며 선임에게 공유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자기가 그럼 어디까지는 이야기를 하고 어디까지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하셔서 그냥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며 자기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저희끼리 있을 때 다들 보스를 욕했기에 나머지분들도 제발 남에 대한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저와 같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저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더군요.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그냥 뒤에서만 그렇게 말하고 앞에서는 보스니까 다들 옳지 않은 행동이더라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었고 같이 욕하던 분들은 등을 돌리더군요. 참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부모님에게 그리고 짝꿍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혼자 정의를 찾으려다가 된통 당해버렸습니다. 힘이 없으니까요. 이게 맞나.. 싶었지만 이게 현실이더군요. 충격적이었고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었고 사회에서는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해고통보를 받았고 실제 해고라는 단어를 쓰면 저에게 막대한 돈을 쥐어주고 내보내야 하기에 해고가 아닌 지점이동이라는 것을 통해 자기 손에서만 떠나보내더군요. 강제 지점이동을 당하고 이동을 위해 마무리를 짓는 과정에서 보스의 밑바닥을 진짜 다 보았습니다. 너무 정 털리고 마지막 마무리 잘해보려고 한 저에게 또 다른 누명을 씌우고 참… 쉽지 않은 사회생활이었습니다. 약 1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 모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혼란스럽기도 했고 갑작스러운 아이들과 어머님들과의 이별에 아이들도 어머님들도 상당히 당황하셨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는 잘했다고 생각을 하고 악마의 소굴을 빠져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참 멍청한 것이 왕따를 당하고 있으면 당연히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와중에 보스의 욕을 윗사람들이 하니까 저 사람은 불의를 알아보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는 것도 너무 멍청하고 그 말 한마디에 속아서 다 내편이니까 정의를 위해 싸우려고 했다는 것이 진짜 멍청한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녹음을 해서 들려드리거나 했어야 했는데 다 같이 이야기하면 보스가 있는 곳에서도 다 같이 이야기할 거라 생각하고 말한 제가 진짜 멍청한 것 같습니다. 근데 다시 시간을 돌려 돌아간다고 해도 할 말은 할거 같고 그냥 집단을 나올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한 것은 소신 있는 어머님들은 저에게 어떤 상황인지 묻지 않으시고 직접 보스와의 면담을 가진 후 보스가 말한 저의 만행에 대해 그런 사람 아닌데 왜 그렇게 표현하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주신 어머님들이 계셨습니다. 보스는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 되는 것이죠. 진짜 정말 망해버렸으면 좋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시기에 그런 말은 안 하고 마무리 편지를 써서 각각의 사람들에게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약 100일간 당했던 왕따와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진짜 차분히 마무리를 잘하고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10일간 보스는 저에게 폭언을 일삼았으며 무능하고 아무것도 이뤄낸 것 없는 컨설턴트이며 상담선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은 부정했지만 계속 그런 말을 들으니 마지막에는 진짜 내가 아무것도 한 것 없고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어 가스라이팅의 무서움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자신감 하나 없는 상태에서 바로 이직을 했고 적응해나가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많이 지쳐 자주 아프곤 합니다. 그리고 PTSD처럼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거나 그때와 비슷한 입장이 되면 아무 말도 못 하고 말문이 막히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어딘가 아픈 것이 분명한데 그냥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차차 해결해 주길 기다리겠지만 스스로도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었지만 짝꿍이 가장 가까이서 이 모든 모습을 보았고 함께 속상해했습니다. 그곳을 탈출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계속 약하고 무너지는 모습만 보여 진짜 스스로가 너무 하찮고 연약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스스로의 자존감이 낮아지니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의심되기도 하고 ‘이런 내 모습도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자주 듭니다. ‘이 사람은 믿어도 되는 것이 맞을까’도 의심이 됩니다. 한때 가장 가까웠고 믿었던 사람에게 등 돌림을 당해서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경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는 습관부터 제대로 고쳐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시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행동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힘들었던 저의 정신들은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받은 작은 쪽지들과 연락들에서 ‘보스는 나에게 무능력하고 할 줄 아는 거 없다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나는 괜찮은 어른이었구나, 그래도 바르게 살았구나’를 느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 갑자기 이렇게 떠나는 게 어딨 어요!” “저도 이제 그럼 그만 다닐게요.” “아 저 고3인데 선생님 없으면 다른 선생님이랑 어떻게 맞춰 나가요…” “ 선생님은 제가 본 어른 중에 가장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최고의 선생님이에요.”라고 이야기해 주어 잘못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나를 따라 그만둔 아이들이 40%가 되었다고 한다. 보스는 그 부분에 있어서 나에게 ‘나가면서 애들 다 빼내고 나간다’라며 또 험담(?) 같은 앞담화와 개지*을 떨었습니다. 또한 제가 멀지 않은 지점으로 이동되는 것이었어서 저를 따라 움직인 아이들과 어머님은 10%였습니다. 이것만 봐도 충분히 나는 괜찮은 선생이었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게 될 줄은 몰랐어서 보스의 수입에 꽤나 영향을 끼쳤을 것이기에 조금 죄송하지만 죄송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내 마음회복에만 힘쓰자!
*해고는 3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던데 10일 만에 이뤄진 사건에 대해 신고도 못하고 시간이 이미 많이 흘렀습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미리 알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