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시작

꿈을 꾸게 해줘, 장식이 아니야 눈물은, 바빌론

by ou pire


1.


꿈이란 무엇인가? 보통 꿈이라면 수면상태에서 일어나는 뇌의 활동을 뜻한다. 뇌의 활동은 최종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마구잡이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바로 꿈이다. 이러한 꿈은 합리적인 세계와 반대되는 상상력의 원천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꿈을 합리적으로, 학문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사람이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는 감성의 영역에 속해있던 꿈을 상징적인 매개체를 동원하여 언어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프로이트의 살던 시대는 팍팍한 합리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합리성이라는 능력을 동원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긴 시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의 지배가 끝나고, 인간은 신마저도 규정하게 된다. 신이 세계를 창조하고, 개입하지는 않는다는 이신론이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프로이트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다.


한편 꿈은 미래의 나를 뜻하기도 한다. 너는 꿈이 뭐야?라고 할 때의 그 꿈 말이다. 그러한 꿈은 미래의 소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결국 꿈이란 과거의 이미지를 뜻하기도 하지만, 미래의 이미지를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꿈은 어떤 이미지, 상징과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꿈은 상징들의 나열이기 때문에 언어로 분석할 수 있다.


나카모리 아키나는 초기 3부작을 끝낸 이후 최초의 작사곡으로 “꿈을 꾸게 해주세요”를 쓴다. 꿈을 꾸지 못하는 상태는 의학에서 최적의 숙면을 이룬 상태로, 건강한 수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꿈을 꾸는 것은 동시에 건강하지 않은 수면의 상태이다.


또한 꿈의 이미지는 두 개로 분열되어 있다. 잠자면서 꾸는 꿈과 현실에서 바라는 소망. 그런데 꿈은, 즉 소망은 어처구니없게도 최적의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은 정신의 혼란 상태에서 발생한다. 일상에서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최적의 숙면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의 소망이 없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것과 같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를 읽어야만, 읽는 행위를 끈덕지게 수행해야만 나의 존재의의가 확립되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본질이다.


마찬가지로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좋은 의미일 수 있다. 잠을 잘 자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최적의 건강상태를 통해, 아무런 걱정 없이 이미 소망을 완수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꿈을 꾼다는 것은 병 들었다는 뜻이다. 꿈을 꾸는 이유는 자신의 현재 이미지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불만족이 사람을 꿈꾸게 한다.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미래의 이미지를 바란다. 이것이 꿈이다.


라캉은 여기서 더 나아가 꿈을 고정관념(대타자)에 의해 억압된 진리와 연결시킨다. 수면패턴의 불안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관념의 이미지들, 즉 꿈이란 사회생활에 찌들어 지쳐있는 육신에게 전달되는 진리의 선물이다. 이러한 선물(프레젠트)은 현실(프레젠트)에 만족하지 못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진리의 초대장(프레젠트)인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은 꿈이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2.


이처럼 정신분석의 목표는 진리이다. 그리고 자기확신이다. 오로지 자기를 구원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 고정관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진 자기를 다시금 본래의 자기로 되찾도록, 구원받도록 만드는 것이 정신분석의 과정이다. 그 과정이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다. 목적은 진리이다. 진리의 한순간이라도 전달해주려는 것이 정신분석의 과정이다. 나는 찢겨진 상태로 버텨내고 있지만, 그 찢겨진 틈 사이에서 본래의 자기를 찾아내는 진리의 과정을 드러내는 것이 분석이 겨냥하는 바이다.


나카모리 아키나가 꿈을 꾸게 해달라는 가사를 썼다는 것은, 결국 자기의 본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기 3부작은 앞서도 말했듯이 자기의 본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데뷔 3주년을 맞아 쓴 노래에서 자기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리고 그 뒤부터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한다.


꿈을 꾸게 해주세요와 같은 해(1984)에 발표한 “장식이 아니야 눈물은”부터 나카모리 아키나는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된다.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자. 자동차가 급커브를 돌아도, 친구들이 변하고, 아무런 의미없이 키스를 주고받아도 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본래 모습을 찾았기 때문에 눈물은 장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고정관념에 억눌려 본래 감정을 터뜨리지 못했던 사람에서 자기의 감정에 충실해지겠다는 내적 선언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 노래는 사회의 무의식 뿐만 아니라 자기의 무의식을 전달하는 노래일 수밖에 없다. 앞서 발표된 꿈을 꾸게 해줘와 연결지어보면, 소망도 무엇도 없던 자신이 이제 자기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겠다고 선언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시절을 기점으로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고 평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제 사회의 무의식 뿐 아니라 자기의 무의식까지 전달하기 때문이다.



3.


따라서 1985년에 발매된 Bitter&Sweet(좋거나 슬프거나)은 장식이 아니야 눈물은부터 시작해서 바빌론에 이른다.


바빌론이란 기독교에서 악의 도시로 지칭된다. 유대인 공동체를 파괴한 최첨단 국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서의 대결의 역사에서는 유대인에 대립하는 바빌론을 악의 도시로 그려놓는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노래에서도 바빌론은 천사와 악마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공간이다. 사실 악마란 타락천사이기 때문에 악의 공간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천사와 악마 모두일 것이다.


악의 공간인 바빌론이 어째서 사랑의 공간으로 격상되는가? 사랑이란 착하다고, 단순히 착해빠졌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상대를 속여넘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라캉에 의하면 사랑이란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그것을 주는 것이다. 사랑은 폭력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그것이 대상a이다. 나를 끊임없이 욕망하게끔 하는 환상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랑이 성립하지 않는다. 불가사의(不思議)한 파워를 전달하지 않으면 사랑이 성립하지 않는다.


천사는 불가사의한 파워를 전달하지 않는다. 천사는 신의 대리인으로 행위하며, 신 그 자체의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주관성이 뚜렷하지 않다. 그들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도착증적인 행위에 이른다.


반면에 악마는 주관이 뚜렷하다. 욥기에서 악마는 순수한 흥미를 위하여 욥에게 재앙을 내린다. 악마는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주는 존재이다. 그것은 대부분 재난의 형식이지만, 사랑이란 또한 재난과 다름없다. 일상적으로 유지되던 생활이 깨지고, 오로지 상대만을 생각하는 병든 상태가 사랑이다. 따라서 한 개인에게 재난이나 다름없으며 이 과정에서 악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중병이다.


따라서 사랑의 공간은 악의 공간이며, 이러한 곳의 은유가 바빌론으로 드러난다. 사회의 고정관념은 사랑이란 순수하게 아름답고 좋은 것이니까 천사의 이미지로 드러나곤 했지만 이 앨범에서는 정반대로 드러난다. 또한 사랑의 공간은 축제, 향락의 공간이다. 사랑이 향락을 통한 악마, 죽음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말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측면을 뛰어넘는 이상한 일이다. 인간은 자기보존본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자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일은 생물학적인 것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나중에 밝혀지듯, 이 모든 것은 천사의 행방의 일부이며, 모든 것은 악과의 화해를 위한 존재의 생존조건이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음악에는 천사와 악마의 이미지가 같이 들어가있다. 그 모순되는 이미지들이 모자이크를 이루어 안정적인 질서가 파괴되고 최종적으로 그 사이에서 균열이 일어난다.


이처럼 좋거나 슬프거나의 앨범의 곡들은 은유를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려고 한다. 정신분석의 핵심은 고정관념, 대타자가 우리에게 주입한 언어의 다발총 세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고정되어 있는 단어나 의미를 끊임없이 회전시켜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가라는 것, 그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나가라는 것이 핵심이다. 노스, 웨스트, 사우스, 이스트라는 방위가 의미없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나카모리 아키나는 기존에 지켜왔던 형식도 점점 무너뜨리고 점점 자기만의 무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021-10-18 수정

문단을 나누고 부분적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천사의 행방과 관련된 부분을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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