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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Oct 17. 2023

21. 코모 레익(Lake Como)

영화 촬영 세트장 같은 곳


오전에 모이는 장소는 기차역에서 가까운 곳이다. 전날 걸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쉬웠다. 예약한 관광버스의 표지판 앞에서 서서 기다린다. 버스에 오르자 이미 타고 있는 관광객들이 많아 거의 뒷자리에 앉았다. 도심을 벗어나 2시간 반쯤 달렸을까 코모호수(Lake Como)의 근접한 도시, 코모(Como)에 도착했다. 작은 광장과 거리를 지나자 코모 대성당(Basilica cathedral di Como)이 나타났다. 그리 붐비지 않고 호수 근처의 노천카페와도 가까웠다. 주민들에게 주일미사와 평일 미사까지도 제공되는 성당이었다. 외관은 흰색으로 단정하고 깔끔했다.  시간이 없어 안에 들어가지 못했고 노천에서 잠시 쉬는 것으로 대신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옮겨간다. 코모 호수는 이탈리아의 롬바르디 주에 있는 빙하호이다. 알프스산맥의 눈이 녹으면서 만든 호수로 이탈리아에서는 3번째로 크다. 코모호수는 로마시대이래 아름다운 별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버스가 서행을 한다. 뭔가 봐야 할 것이 있나 보다. 코모레익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의 입구. 빌라 카룰로타(Villa Carlotta). 14 에이커에 수많은 식물들과 꽃, 오랜 고목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모 호수의 풍광이 압권이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물에 떠 있는 수영장도 있고 예전에는 수영 선수들의 트레이닝에도 썼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아 보였다.


요즘 와서 코모 레익이 더 유명세를 탄 것은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가 코모호수에 별장을 샀다고 페이스북인가에 올리면서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 너도 나도 코모 호수가 보이는 곳에 별장을 사기 시작했단다. 조지 클루니는 잘생긴 백인 배우로도 유명하지만 의리의 사나이로도 유명하다. 그가 무명이었던 시절에 도와준 10여 명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각각 백만불씩 가방에 넣어서 선물로 주었다. 하도 장난을 잘 치는 그였기에 친구들은 위조지폐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는데, 이미 세금까지 선납한 후에 주었단다. 비밀로 되어 있던 사실은 몇 년 후 한 친구가 발설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 조지 클루니는 의리의 사나이 대명사가 되었다. 2021년 홍수 때에는 코모 시장실을 직접 찾아가 도시의 복구를 돕는데 한몫하기도 했던 조지 클루니. 그의 아내와 쌍둥이 딸이 지내는 곳이고, 여름철이면 그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가끔 목격되기도 한단다.


버스가 서행을 하면 그 근처에는 꼭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설명은 유명인 누구누구의 별장이라는 것이다. 매튜 벨러미, 존 캐리, 자니 베르사체, 실베스터 스탤론, 리오넬 메시, 리처드 브랜슨 등의 이름을 나열한다. 들어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도 먼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아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만 하며 지나간다. 호수 가운데의 깊이는 옆에 있는 산의 높이와 거의 같아, 수심이 400미터에 이르기도 한단다. 물은 맑고 깊었다.


그다음 갈 곳은 호수 건너편 작은 동네, 벨라지오(Bellagio). 스위스와 경계인 도시. 버스에서 내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데, 호수에서 바라본 벨라지오가 미국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이 작은 동네를 통째로 옮겨와 호텔을 만들었구나 싶었다. 배에서 내리자 늦은 점심시간이다. 언덕을 오르며 이어지는 식당들 중에 아무 데를 가도 맛집이란다. 2시가 넘으면 식당의 부엌이 문을 닫으므로 서둘러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이드가 알려준 맛집이란 곳을 들어갔고 부엌이 쉬기 전에 서둘어 음식을 주문했다. 후배의 아내 젬마는 자신이 먹었던 가장 맛있던 파스타라고 했다. 면발이 굵고 쫄깃쫄깃했단다. 난 오징어먹물 파스타를 시킨 것 같았는데 오징어 튀김이 나왔다. 다시 주문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 대충 그것을 먹고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후 자유 시간이다. 언덕 위의 작은 골목길. 오르다 보면 영화 세트 한 장면 같고 돌아보면 작은 골목길 끝으로 호수가 보인다. 조화를 이루는  알록달록한 벽들과 작은 돌길.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길. 참 아름다운 작은 도시이구나 싶다.


동네를 걷다 젤라토 가게를 만났다. 이탈리아 하면 젤라토,라는 내 말에 모두들 줄을 선다. 젤라토는 우유로 만드는 이탈리아산 아이스크림. 보들보들한 식감과 아이스크림에 비해 지방 함량이 훨씬 덜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당분의 함량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어찌 되었거나 젤라토 하나씩을 들고 다시 배를 타기 위해 만나는 장소로 이동한다. 그러다 벨라지오 그랜드 호텔(Grand Hotel)을 만났다. 일박에 2천 불이라고 한다. 웃으며 정문 앞에서 인증샷 하나.


다시 배에 오르고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저건 맥주회사 기네스(Guinness)의 회장 별장이고, 또 저건 미국 저가 항공회사 버진 아일랜드(Virgin Group Limited)의 회장 별장이고, 저건 보험회사의 회장 집이고… 하며 이어간다. 고개만 끄덕이며 남의 나라 이야기를 듣듯 하며 돌아온다.


호숫가에서 만난 작은 동네의 풍경과 멀리 알프스의 만년설과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만나고 돌아간다. 버스를 기다리며 호수를 내려다보니 물이 너무 맑다. 시리게 찰 것 같아 계단을 내려가서 만져 본다. 분명 빙하호라고 했는데 물은 쨍하게 차지 않다. 거의 미지근에 가까운 온도.


돌아오는 버스에서 얼마나 졸았는지 사람들의 기척에 눈을 뜨니 이미 밀라노에 도착해 있다.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다 중간쯤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럴듯하게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파스타를 주문하고 와인도 한잔 곁들였는데, 음식이 먹을 수 없을 만큼 짜다. 웨이트리스를 불러서 불평을 하자 파스타는 다 그렇단다. 크림소스 위에 치즈를 뿌려서 그런 거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런 걸 주문한 우리가 잘못이지. 모두들 반이상을 남기고 와인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탈리아 음식이 미국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없네’라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미국식으로 변한 미국식 이탈리아음식이 우리 입맛에 더 맞는 것인지. 내일은 전통 이탈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기대를 해보며 자리에 든다.


집 같은 오래된 편안함은 없어도 새로움이 가득한 곳에서의 편안함은 좋은 자장가가 같은 포근한 소리가 되어 귓가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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