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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도시, 뉴욕! 뉴욕!! 뉴욕!!!

절친 부부와 함께 했던 한 달

by 전지은




드디어 하선을 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친구의 버킷 리스트 하나는 이루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말이 불편했고, 음식도 편하지는 않았을 꺼고, 매일의 일정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으므로.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면 그에 따른 실망도 크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주어졌던 시간, 노는 것에도 최선을 다했다. 각각 다른 패턴의 일정으로 나름 지루하지 않게 매일을 보내려고 애써 보았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친구도 친구의 남편도 나의 말을 참 잘 따라 주었다. 여행 내내 “캡틴”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주면서. 내가 얼마나 오라 가라 했고 단호하게 명령조로 말을 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죄송하기도 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것을 구경하고 배우고 싶어서였다. 아무튼 캐나다 동부의 며칠과 바다에 떠 있던 시간들을 지냈고, 미국 최고의 도시인 뉴욕에 도착했다.



우리를 픽업하러 나온 한국인 가이드는 생각보다 젊은 친구였다. 앱에 나와있는 사진으로는 중년쯤 돼 보였고 리뷰가 좋아 그 프로그램을 택했던 것이다. 우리 4명 만 태우고 뉴욕의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예약이 끝나자 어디를 꼭 가보고 싶느냐고 물어 왔다. 나와 남편은 여러 번 갔던 뉴욕이지만 절친 부부는 처음 가는 곳이기에 대표적인 곳을 꼽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자유의 여신상, 월 스트릿, 타임 스퀘어, 센트랄 팍, 9.11 사태 이후의 기념광장 그리고 시내 야경 등등” 알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하선과 동시에 선착장에서 우리들을 픽업하기로 했다.


하선장에서 가장 까까운 퀸즈(Queens)부터 관광은 시작되었다. 퀸즈는 뉴욕 내의 하나의 자치 구이고 그 안에 있는 플러씽( Flushing)은 아시안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 이기도 하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왔을 당시, 외삼촌 네가 그곳에 자리 잡고 계셔서 여름 방학마다 다니러 가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난 십여 년 거의 뉴욕 쪽을 방문하지 않아서 길도 이름들도 모두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했다.


처음 도착 한 곳은 퀸즈보로 다리(Ed Koch Queensboro bridge). 이 교량은 맨해튼(Manhattan)과 퀸즈를 연결하는 뉴욕시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이다. 이 교량은 미국에서 가장 긴 캔 딜 레버(cantilever:한쪽 끝은 고정되고 한쪽 끝은 자유로이 들리는 형식의 건축물, 외팔보) 다리이며 75,000여 톤의 강철이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인증샷 몇 개를 찍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다음 행선지는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맨해튼이 건너다 보이는 허드슨 강(Hudson river) 근처이다. 강 폭의 넓이로 봤을 때 충분히 비행기가 내릴만했다. 2016년에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개봉했던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논픽션 영화였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강가를 좀 걸었다. 도심의 강 유역인데도 밑이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물결에 다듬어진 작은 돌들은 자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낯선 손님들을 반겼다.





다음은 다리를 건너 월 스트릿. 세계의 금융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곳. 많은 인파들이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았다. 각국의 말로 설명되는 곳. 세계의 사람들이 관광객이 되는 곳이었다. 황소를 만져야 재화가 들어온다는데 한번 만지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 질려버렸다. 몇 군데를 들리다 보니 시간이 꽤 되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고 가이드가 데려다준 쌀 국숫집을 찾아들어갔다. 뜨끈한 국물에 고수를 뜸북 넣은 쌀국수는 거의 열흘 동안 크루즈 안에서 먹었던 느끼함을 잡아 주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자유의 여신상’ 분명히 그곳에서 내리고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쪽까지 올라 가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안된단다. 탔다 내리고 올라가서 관람하는 데는 서너 시간이 소요된단다. 배를 타고 가까이 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벌써 몇 번째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왔지만 한 번도 내려서 끝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으니 또 다음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9/11 사태의 기념관인 트리뷰트 박물관(Tribute Museum).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는 검은 대리석이 빌딩의 원형 사이즈를 그대로 재현해 두었고 사방의 벽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죽은 이들을 위한 계속 이어지는 기도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사고 당시 돌아가신 분들의 건물이 있던 가장자리에 이름을 모두 새겨 놓았고 이름 가운데는 꽃을 꼽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었다. 흰 장미가 꼽혀 있는 이름을 지나면서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리고 곳곳에서 한국 이름도 눈에 띄었다. 괜스레 손으로 한번 그 이름을 만져 보았다. 그분들의 넋을 위해서도 마을 속으로 기도한다.


기념관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고 아직도 더 짓고 있는 건물도 있었다. 그 많은 목숨의 희생 앞에서 우린 인증 숏을 찍는 다며 웃고 있었다. 나중 이 아이러니한 사진 속의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날은 미국의 전쟁일 이였는데, 그 앞에서 우린 웃고 있다니…



묵을 숙소에 체크 인을 하고 저녁 쌀쌀한 날씨 때문에 두꺼운 잠바로 바꾸어 입고 뉴욕 야경 구경을 나섰다. 앰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이태리 깃발의 색을 발하고 있었다. 그날은 이탈리아의 무슨 공휴일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따라 빌딩이 켜는 조명의 색깔도 달라진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증숏 스폿을 섭렵. 이런 곳들을 보기 위해서는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았고, 한국말 설명에 친구 부부도 훨씬 편안해하는 것 같았다.


야경 구경을 마치고 미드타운에 있는 한국 식당을 찾았다. ‘더 큰집’이라는 상호에 걸맞게 손님들은 꽉 찼고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쓰여 있었다. 돌솥비빔밥에 감자탕, 냉면과 해물전에 소주 한잔 하며 하루를 마쳤다. 다음날은 좀 느긋하게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창으로 들어오는 뉴욕의 야경을 마저 감상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근사한 불빛을 발하고 있는 곳. 온 세상이 다 번쩍이듯 그 화려함의 극치인 곳에서 강원도 강릉의 촌 아낙네들은 휘둥그레진 눈을 감고 깊은 잠을 청한다. 꿈속에서도 온 동네에서 불은 번쩍거리고 인파들에 밀리고 빌딩 숲 속에서 헤매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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