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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못 일어나던 아이의 리셋 버튼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by 푸르름

자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내면에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라는 진실이 있다.

-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 버림> -


이미 알고 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하나씩 해야 한다.

사소한 고통을 피하려는 몸부림을 멈춰 보았지만 아침마다 돌아간다. 그래도 또다시 오늘도 또다시.


나는 알고 있다. 후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나라는 것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자괴감이 늘어만 갈 것이라는 것을. 인생을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슬픔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도. 하늘 아래 아픔 한 점 없는 맑은 마음만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대다수는 그것 때문에 기쁨을 미루고 웃음을 참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 지금 내가 증명하려는 감정을 인정하고 놓아버려야 한다. 사랑은 못할 것 같은 것도 용기 내게 하는 것. 지칠 거라 지레짐작 말고 힘을 나게 하는 그 희귀한 느낌에 기대 보자. 도로 위에 떨어진 꽃씨라고 거기까지 오면서 겪은 아름다운 여정을 속단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힘들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유일한 과업이다. 선택하지 않기로 한 것도 선택이다. 그렇게 나는 꽤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다. 눈앞에서 피하지 않았다면 이미 최선을 다했으며 영영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선택을 하고 다시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감사하다.


살다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설거지를 해도 다음 끼니가 되면 또 설거지가 생기고 쓰레기를 버리기가 무섭게 또 쌓이기 시작한다. 한 여름에 씻고 나오자마다 다시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때, 살아있는 한 반복될 이 끝없는 행위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 쉽게 해내던 것도 더 이상 쉽지 않을 때 우리는 이 사소한 것들을 멈추게 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언젠가는 이 살기 위한 행동들이 다시 감사해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멈춰 선 그 순간에도 우리를 위해 그 몫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나는 다시 그 당연하고 지난한 것들을 해야 할 힘을 얻는다.


괴로울 때는 계속해서 놓아 버림을 실천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무엇을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놓지 못하고 있을까? 놓아버리지 못해서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를 작정일까?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조금은 설레기를 바랐지만 아직은 조금 어렵다. 되돌이켜보면 나는 쉽게 넘어지지는 않지만 한번 넘어지면 유난히 못 일어나는 아이였다. 하지만 매번 일어났고 회복 후에는 내가 받은 도움을 주위에 돌려주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랬던 나를 믿어보며 다시 한번 리셋 버튼을 누른다. 나는 이미 알고 있고 충만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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