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은둔자의 시간

09. 메이저 카드 : 09 THE HERMIT

by 김슈기

09. 은둔자의 시간


keyword :

지혜가 많은, 현실성이 없는, 나이가 많은, 체력이 안 되는, 은둔하는, 시골로 내려가는, 내적 성찰,

초야의 고수, 공부, 철학적인



나는 은둔자이다.

파워 E라는 소리를 들었던 내가

우울증과 공황을 겪으면서 가장 먼저 멀어진 건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도

왜 이렇게 의욕이 없어 보이냐,

욕구가 없어 보인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친구와 만나도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내 안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우울증 환자들은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힘듦이 있다.

내가 그랬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다 가식 같았다.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꽁꽁 숨어 사람들을 피하고 사람들과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하면서

느낀 건데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단지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걸 잘하는 것뿐이지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불안했기에 사람들을 만나왔던 것 같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사회생활에 뒤처지지 않을까,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이 생각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외롭지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안 만나는 시간에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게 되고

나가고 싶지 않은 모임은 거절하게 되고

은둔하면서 나의 루틴을 찾아갔다.

이것이 나의 우울증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글을 쓰고 타로를 공부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하고

대화하기 싫을 때는 그냥 가만히 있기도 하고


나를 찾는 시간은 오래 걸려도

오롯 혼자 있을 때 생각정리하면서 알아가는 것 같다

은둔하는 것이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나는 은둔자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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