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로봇 샌드위치
1.
브리즈번에 있는 백패커에서 머물 때, 머무는 사람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있었다.
2.
어느 날은 할 요리도 없으면서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그곳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미드에나 나올 것 같은 전형적인 너드의 외향을 가진 한 남자가
로봇처럼 샌드위치를 생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3.
그는 식빵 두 장을 꺼내서 정갈하게 펼처 놓고,
한 쪽에는 바베큐 소스라고 써져 있는 소스를 달팽이 모양으로 짜고,
한 쪽에는 닭이 그려진 스리라차 핫소스를 달팽이 모양으로 짰다.
그러고는 햄을 세 장 꺼내서, 반으로 접어 하나의 빵 위에 올리고
그 위에 하얀 슬라이스 치즈를 한 장 올렸다.
그리고는 다른 빵으로 덮음과 동시에,
그것을 바로 들어 베어 물어 먹는 것이었다!
4.
그는 순식간에 행복한 표정으로 그 샌드위치를 다 먹고는,
또 똑같은 순서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나는 그 장면을 무슨 영화를 보듯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어떻게 실례되게 남의 요리 장면과 먹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느냐고?
내게도 꺼내놓을 비겁한 변명이 있다.
그 사람은 진짜 내가 쳐다보든 말든 진짜 전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엄숙하고 장엄하게 그 행위를 반복했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3개를 만들어 먹는 동안,
정말 실제로 우리는 눈이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지금 생각 해 보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정말 그 무엇도 의식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그의 우주에는 오로지 샌드위치와 자기 자신만이 존재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는 샌드위치 만들어 먹기에 심취 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심취하여,
사회적 체면과 에티켓도 잊은 채 그 모노드라마를 감상하고 말았던 것이다.
5.
1주일 후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그 로봇이 만들었던 샌드위치가 먹고싶어 견딜 수가 없었고,
결국엔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닭표 스리라차 핫 소스와 바베큐 소스를 아이허브에서 해외주문까지 하여
그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말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특히 엄마가 잠든 새벽)
불을 안 쓰기 때문에 아무도 깨우지 않고, 아무 소리 내지 않고,
은밀하게 만들 수 있었던 로봇 샌드위치는
지금은 아침에 주로 만들어 먹는다.
나의 룸메이트의 단 잠을 깨우지 않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인데다,
룸메이트 것까지 미리 만들어서 지퍼백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6.
샌드위치만으로는 속이 뜨끈하지 않아 아침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를 포함한 우리 한국인들을 위해 부록에 한가지 팁을 더 남기겠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30초 만에 완성할 수 있는,
나의 소중한 친구 컵수프를 소개 할 것인데,
이 컵수프와 샌드위치를 함께 먹는 순간,
사골에 밥을 말아 먹는 듯한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