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접종으로 미열이 생겨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누워있었다. 이번 접종은 괜찮을 것 같았는데, 오후부터 힘이 없다. 이런 것을 대비해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기에, 남편과 아들이 밥 먹고 설거지하는 딸그락 소리를 귓가의 자장가처럼 들으며 누워 있었다. 힘이 없으니 몸도 점점 작아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여자아이가 된다. 초등학교 1학년의 나는 ‘딸그락딸그락’이 ‘사그락사그락’으로 바뀌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사그락사그락
초등학교가 끝나면 학교 앞 시립 어린이도서관으로 향했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나는 학교만큼이나 나이가 많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돼 있다. 처음부터 책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도서관에 처음 갔을 때, 예쁜 그림 동화책이 많아서 찾아보다, 점점 내용이 많은 책으로 옮겨갔다. 난 여기서 언니를 기다리는 것을 좋아했다. 같은 초등학교 3학년인 언니가 오면 만나서 집에 같이 갔다. 언니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동안 나는 언니를 따라가 구연동화를 들었다. 나이 많은 아줌마 선생님이 목소리를 바꿔가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 순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시간을 이제는 독서로 바꾸었다.
흑흑 흑흑
옆에 앉아 책을 읽던 우리 반 친구가 울고 있다.
“왜 그러니?”
“응. 여기 주인공이 죽었대.”
“책 제목이 뭐야?”
“『플란다스의 개』야. 텔레비전에서 요즘 만화로 하고 있잖아. 나중에 네로랑 파트라슈가 죽는대.”
“정말? 슬픈 이야기구나. 책으로 나왔네?”
“나 이제 슬퍼서 이 만화 어떻게 봐?”
“······.”
만화를 좋아하던 나도 아침에 엄마가 머리를 땋아 주실 때,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방향일 땐, 머리가 길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반대 방향이 되면 소리만 들리는 만화 내용이 궁금해 몇 번이고 돌아보다 혼날 정도다. 머리를 양쪽으로 길게 땋고, 잔머리가 많아 핀도 꼽고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도서관 문 쪽에서 손을 흔든다. 언니다.
“May야!”
“언니!”
가방을 빨리 챙겨 언니 쪽으로 달려가며,
“언니가 왔어. 내일 학교에서 만나자!”
“그래, 우리 여기서도 또 만나자.”
“응.”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뒤로 한 채. 언니에게로 달려가는 나.
소리는 점점 딸그락. 딸그락.
잠깐 쉬었더니, 열이 떨어졌다. 오늘은 남편과 아들의 시간을 주고, 조금 더 누워 있어야지. 어린 소녀는 어딘가로 가 버렸지만, 따뜻한 기억은 힘이 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