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HE Feb 14. 2022

다운 독

다운 독 상태에서 다섯 호흡을 내쉽니다.


내가 요가원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한 동작은 단연 '다운 독'일 것이다. 좋아하는 수련인 빈야사 플로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작이기도 하고, 빈야사 수업이 아니더라도 수업의 중간중간 등장해 몸을 이완한다. 개가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본 뜬 이 자세는 손과 발로 바닥을 지탱해 몸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며 전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아주 훌륭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요가 실력이 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첫 수업에서 나의 다운 독 자세와 지금의 다운 독 자세를 비교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운 독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동작으로 단순히 손으로 바닥을 지지하며 팔의 힘으로만 버티는 자세가 아니다. 엉덩이를 뒤가 아닌 위로 뻗어야 하고, 겨드랑이는 안쪽을 향해 모아주며 시선은 배꼽 혹은 다리 사이의 뒷벽을 바라보고, 열개의 손가락으로는 바닥을 힘껏 움켜쥐면서 지탱해야 한다. 동시에 어깨는 긴장되지 않게 힘을 풀어야 한다. (글로 표현하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힘든 동작이잖아!)



처음 다운 독을 할 때는 겨드랑이를 모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시선을 배꼽을 향하게 하면 손가락이 바닥에서 떴다. 게다가 태생적으로 아킬레스건이 짧은 탓에 뒤꿈치를 바닥에 붙이는 것은 나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빈야사 플로우 중에는 다운 독 상태에서 다섯을 세며 호흡을 정리하는데,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모순적이었다. 이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어떻게 호흡을 정리하지. 내 자세가 바른지 신경을 쓰느라 바쁜걸. 하지만 꾸준한 수련 덕분에 지금은 꽤 괜찮은 다운독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다운 독 상태에서 호흡을 정리하며 몸을 재정비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사실 바른 자세로 다운 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내 다리가 다 펴지지 않아도, 발바닥이 모두 땅에 닿지 않아도 규칙적인 호흡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동작이기에 수강생들의 다운 독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에게 맞는 다운 독을 찾아보자.



나는 몸을 삼각으로 만들어 가만히 있는 기본적인 다운 독 자세도 좋아하지만, 양 발을 번갈아 바닥에서 떼어 까치발을 하며 다리를 이완하는 동작 역시 좋아한다. 한 발씩 까치발을 반복하다 보면 다리에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혹시 다운 독이 익숙해졌다면 다운 독 자세에서 플랭크를 하듯 손바닥 대신 팔꿈치로 바닥을 지탱하면 돌핀 자세로 변형이 가능하다. 돌핀 자세는 다운 독보다 훨씬 유연함과 근력이 요구된다. 때론 요령 없이 힘만 주며 버틴 탓에 머리에 피가 쏠려 지끈거리는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결 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어느덧 머리 서기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



돌핀 자세까지 가능해지면 몸을 띄우는 데에 욕심이 생긴다.



몸이 유연하지 못하거나, 버티는 힘이 없는 사람에겐 정말 어려운 동작인 다운 독이지만, 열심히 수련하고 익숙해진다면 이만큼 간단하게 전신을 스트레칭할 수 있는 동작은 또 없을 것이다. 오히려 많이 걸어서 다리가 피로한 날이나, 등이 뻐근한 날에는 다운 독 한번 시원하게 하고 싶어질 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