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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첸 Apr 03. 2023

2-1. 유태인들은 자녀에게 질문만 한다고?

논리적인 아이로 만드는 방법 


필자의 친구 니븐을 소개하려고 한다. 키는 160 후반의 검정색의 머리, 진한 갈색의 눈동자 색을 가진 이집트 출신이며 현재 미국의 대학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 여자 의사이다.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친구 프로그램에서 나와 만나 친해져서, 몇 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연락을 하고있는 친구다. 니븐은 이집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살다가 미국으로 가족들과 이민을 갔다고 했다. 니븐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 재미있었던 것이 바로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미 대학생때부터 영어과외를 하고 있어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니븐은 여러 가지 자신이 지켜온 교육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미국의 의대를 다니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듣게 되었는데 바로 집안의 문화였다.


“우리 집에서 부모님은 나한테 질문만 해!”

“응? 질문만 한다니?”


나는 니븐의 말이 궁금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니븐의 말에 따르면 부모님은 니븐의 생각이나 주장이 논리적이면 들어주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니븐의 생각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니븐이 제대로 논리를 펼칠 수 있도록 질문을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니븐: 엄마 나 의사가 될래요!

엄마: 왜 갑자기 의사가 되고 싶은데?

니븐: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서요!

엄마: 사람을 살리는 일은 의사가 아니라, 소방관이나 경찰도 할 수 있는데?

니븐: 네 맞아요. 하지만 의사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수술을 진행하죠. 잘못된 의료사고로 인해서 허무하게 죽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의사가 돼서, 제대로 수술하고 많은 사람들을 살릴거에요!

엄마: 그렇구나. 그럼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미국의 주에 몇 명의 사람들이 잘못된 의료사고로 죽었는지 알고 있니?

니븐: 아뇨

엄마: 그러면, 우선 그 데이터부터 찾아보고 나서 다시 한번 이야기 해보자.


이 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의사가 된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것 같은데, 살고있는 주의 의료사고 수를 물어보는 것이 부모님이 하기에 적합한 질문인가? 나는 의문이 들어 니븐에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그때 니븐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아니!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는 논리적인 대화를 위해 토론을 배워. 서로가 서로에 질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야. 나는 이집트 사람이긴 하지만, 유대인들의 학습문화를 배웠거든.”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필자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집안에서부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완전히 인정하고, 싸우는 것이 아닌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니븐은 그때부터 자신이 살고있는 주의 병원의 개수와 의사의 수, 의료사건과 관련된 뉴스 기사들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더욱 자신의 꿈을 견고하게 가져갔다고 말했다. 당연히 엄마의 더 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위한 준비도 꾸준히 했다고 덧붙였다.



한 가지 상상을 구체적으로 한번 해보자. 당신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자료를 찾아가며 발표할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과 함께 해야 할 말들도 대본으로 정리해,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드디어 발표 당일, 발표장소에 도착해서 그동안의 노력을 열정적으로 발표한다. 발표가 마무리되고 심사위원이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드는가? 기분이 나쁜가? 혹시 당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심사위원의 차가운 말에 속상하지는 않은가? 당연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신의 생각을 더 깊이 있게 듣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자 당신의 발표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정말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 하는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본질은 심사위원의 태도와 상관없이 발표자인 내 생각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필자도 앞선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발표가 일상이기 때문이다. 며칠이 걸려서 준비한 발표를 5분도 말하지 못한채 내 말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 쉽게 말해 나의 노력을 정말 많이 거절당했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기분이 나빠 발표가 끝나고 얼굴이 벌개지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이 부정당한 느낌이 들어 화가 나기까지 했다.

그럴때 나는 니븐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서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더 이상 그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가? 아마 아니란 것을 모두가 알 것이다. 결국 니븐이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찾고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처럼, 나에게 반대하고 질문하는 사람은 나의 조력자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발표를 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투자를 받는 과정까지 경험하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안돼를 외쳤던 교수님, “이게 가능한가요?” 를 연거푸 말했던 투자자. 내가 인식하지 못했으나 내 의견에 반대했던 교수님과 투자자들 모두가 니븐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 일상에서 모르고 지나치는 수 많은 니븐의 어머니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것들을 발견하고 제대로 알아차리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생각과 나의 발표에 반대하는 사람은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있는, 나를 성장시켜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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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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