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방의 정리
세월이 흘러 종4품에 해당하는 군수가 된 박율이 다스리던 고장은 그해 여름 커다란 홍수 때문에 마을의 다리가 모두 부서지고 가축들이 죽어 나갔다. 농작물이 모조리 고갈되고 교량과 교각을 새로 수리해야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박율은 측량하는 방법을 다룬 서책 구고(句股)를 사들여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박율은 직삼각형을 일컫는 구고(句股)의 직각변 구(句)와 사선의 긴 변 고(股)의 넓이를 측량하는 계산 방법을 보자마자 빗변을 제외한 두 변의 길이의 제곱에 합이 빗변의 길이 제곱과 같다는 세 평방의 정리(피타고라스 정리 Pythagorean theorem, Pythagoras' theorem)를 자연스럽게 깨우친다.
섬광처럼 자신의 뇌리를 스치는 영감으로 새로운 측량 방법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 박율은 신속하게 홍수 피해 복구 문제를 해결한 능력을 인정받아 종2품의 장량으로까지 진급하게 된다.
직사각형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한 박율은 원주율까지 스스로 깨우친 후 입천원일(立天元一)에서 비롯된 천원술(天元術)의 방정식 계산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천지가 형성되기 이전 혼돈 상태에 만물의 근원을 뜻하는 원(元)에 해당하는 미지수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방정식을 구할 수 있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찾아낸 박율은 지금까지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책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책의 이름은 산학본원(算學本原)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