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고픈 아이
"빛이는 운동신경이 참 좋네요."
동네 사람들이 8살 첫째가 노는 모습을 보며 종종 하는 얘기다. 매일 기어오르고, 뛰고, 매달리는 등의 거침없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늘도 빛이는 그네에 앉아 체인의 장력을 시험하기 위해 다리를 격하게 앞뒤로 움직인다. 아빠 입장에서 아주 조금만 과장을 보태면 저러다 조만간 한 바퀴 돌 것 같다. 난 또 "조심해!"라는 무의미한 BGM만 깔고 있다.
"우와, 옆에 언니는 진짜 잘 탄다!"
난 속으로 '안 돼!'를 외쳐보지만, 이미 옆자리 아이의 엄마가 빛이를 부추겼다. 아이 엄마를 의식한 빛이는 휘청이는 그네 위에 발을 올리며 보란 듯이 번쩍 일어난다. 그러면서 "언니는 일어서서도 잘 타네?!"라는 칭찬까지 받아먹는다.
빛이가 자전거를 탄다. 모여 있던 엄마들이 또 빛이를 자극한다.
"쟤는 1학년이 두발자전거를 저렇게 잘 타?"
불안하다. 역시나 자전거 속도가 빨라진다. 저 멀리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시 그 엄마들 앞으로 나타나 '쌔앵' 하고 지나간다.
이번엔 줄넘기다. 처음엔 5개를 겨우 넘더니 요즘은 100개도 거뜬하다. 역시나 문제의 시작은 다른 엄마.
"저 언니 줄넘기 하는 거 봐 봐."
갑자기 '가위바위보 뛰기'와 'X자 뛰기' 필살기를 선보인다. 당연히 시선은 그 엄마 쪽이다. 평소에 칭찬을 진짜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모의 칭찬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나 보다.
요 나이 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살았으면, 삶의 동기가 타인의 칭찬이 되지 않았으면, 사람들의 칭찬을 바라기보다 스스로를 더 칭찬할 줄 알았으면, 그러면서도 겸손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성급한 생각들을 혼자 쏟아내 본다.
환절기라 그런가 아이들이 기침으로 고생 중이다. 목에 가래가 꼈는지 기침소리가 거칠다. 빛이가 집이 떠나가라 기침을 하며 화장실로 간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나온 빛이가 말한다.
"나 기침 크게 하면 좋은 점이 있어. 뭔 줄 알아? 가래가 나와."
세면대 위에 떨어진 노오란 가래를 보니 내가 다 속이 시원하다. 갑자기 둘째 하늘이도 언니를 따라 크게 기침을 해본다. 그리고 언니처럼 자기도 한마디 한다.
"나도 기침하면 좋은 점이 있어. 뭔 줄 알아? 기침하면 아빠가 도라지청 주잖아."
기침할 때마다 아빠를 슬쩍 쳐다보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