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란,
아내가 출근하는 날이다.
온 가족이 다 같이 집을 나선다. 아이들 엄마는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빛이는 학교로, 하늘이는 유치원으로, 별이는 나와 함께 아기띠에 안겨 가족들을 한 명씩 차례로 보낸다.
버스가 지나가는 방향과 등굣길 방향이 같아서 학교를 향해 걷다 보면 늘 엄마가 버스를 타고 옆으로 지나간다. 엄마는 창쪽 맨 앞자리에 앉아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아이들 역시 신나게 손을 흔들며 엄마를 향해 "잘 다녀와아~" 소리지르는 중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기사 아저씨가 아이들 옆에 나란히 버스를 세운다. 신호에 걸리긴 했지만 앞차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아저씨의 배려로, 신호가 바뀔 때까지 아이들과 엄마의 반가운 기쁨이 지속된다.
마음의 여유란,
저 앞차와의 간---격 만큼이 아닐까.
10년 전, 아내와 마케도니아를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멀리서 다가오는 빨간 2층 시내버스가 예뻐서 사진기를 들었다. 순간포착을 잘하기 위해 액정화면을 보며 기다리는데, 달려오던 버스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화면에 딱 맞게 멈추어 선다.
‘어? 여긴 정류소도 아닌데?’
얼른 사진을 찍고 이상해서 올려다봤더니, 기사 아저씨가 활짝 웃어주고 손을 흔들며 다시 떠난다.
그때만 해도 아내와 감탄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엔 언제쯤 저런 여유가 찾아올까?'
오늘도 엄마의 버스는 아이들 옆을 지나간다.
아이들은 역시나 신나게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버스의 속도가 줄어든다. 자세히 보니 손을 흔드는 엄마 뒤로, 기사 아저씨가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계신다. 아이들이 그저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활짝 웃으며 손 흔드는 아저씨를 보는 내 기분도 좋아진다. 10년 전 꿈꿨던 나라가 현실로 다가온 듯하다.
아이들의 인사를 자신의 선물로 받고 아이들에게 마음 열어 신나게 손 흔들던 아저씨. 진실을 알면 조금 민망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그 순간만큼은 그 아저씨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으리라.
여유는, 스스로 만드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