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을 먹이며 내가 삼켜야 할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1

by 윤슬기

9개월 된 둘째 하늘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중이다. 평소 잘 드러내지 않는 빛이의 질투심이 갑자기 심통맞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빠, 난 엄마가 더 좋아.”


생뚱맞은 공격에 약간의 어이없음과 장난기가 함께 올라온다. 난 빛이의 속을 좀 더 긁어보기로 결정하고 머리에 떠오른 몇 가지 대안 중 단답형을 선택한다.


"어."


내 시선은 하늘이의 이유식 숟가락에 집중되어 있으나, 뒤에서 쳐다보는 빛이의 가늘어진 눈과 올라간 눈썹이 느껴진다.


"아빠! 난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다고오!"


빛이의 반응에 속으로 웃으며 이번엔 공감로봇이 되기로 한다.


“아아, 그래애? 그랬구나아~ 엄마가 더 좋구나? 사실 아빠도 그래."


이대로 짓궂게 끝내고 싶은 장난기를 꾹꾹 눌러 삼킨다. 그리고는 더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아이의 입을 열어줄 한마디를 마저 던진다.


"근데 왜?"


빛이는 압력밥솥이 기다렸던 증기를 뿜어내듯 대답을 쏟아낸다.


“보면 엄마들이 아이들이랑 더 잘 놀아주잖아. 아빠들은 뻬이비 밥 먹이느라 어린이들과는 잘 놀아줄 수가 없어.”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5살 아이 앞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삼킨다. 뒤통수를 맞은 살짝 억울한 감정도 함께 삼킨다.


'너 매일 아빠랑 놀이터 가잖아. 그리고 다른 아빠들이 뻬이비 밥 먹이는 거 본 적이나 있어?'


속으론 이미 다 말했지만, 아이가 질투심으로 얘기한 마음을 잘 알기에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킨다.


이유식은 하늘이가 먹는데 뭘 자꾸 삼켰더니 나도 배가 부르네?




아이들은 기분에 따라 '순간의 감정''순간의 언어'로 표현한다.


아빠들이 동생 밥 먹이느라 어린이들과 잘 놀아줄 수 없다는 엉뚱한 일반화에 논리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열 번 잘 놀아주다가 동생 때문에 한 번만 신경 쓰지 못해도 '그 순간'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아빠도 '이 순간' 조금 서운하긴 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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