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밥 하는 집의 아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2

by 윤슬기

놀이터에서 빛이가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한다.


한 아이의 할머니 한 분이 감사하게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놀아주고 계신다. 할머니께서 아기 목소리로 엄마 역할을 맡은 빛이를 부른다.


"엄마아, 배고파요. 밥 해주세요."


갑자기 빛이의 표정이 굳으며 할머니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할머니는 그런 빛이를 재촉하시며 더욱 충실한 아기가 된다.


"엄마아, 배고프다니까요? 빨리 밥 해주세요오~"


의아한 표정을 짓던 빛이는 결국 자기보다 인생 경험이 60년 이상 많은 아기를 꾸짖기 시작한다.


"엄마가 밥을 왜 하냐? 엄마가 밥을 왜 해?"


아빠가 밥을 하는 집에서 자란 아이의 소꿉놀이 부작용이다. 빛이는 놀이를 그만두고 달려와 이미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내게 일러바친다.


"아빠, 이상해! 엄마한테 왜 밥을 해달래? 진짜 이상해. 그치?"


책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빛이에게도 살아온 집 샘플이 하나밖에 없으니, 집에서 아빠가 밥을 하는 건 당연한 거다. 빛이 입장에선 그게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래서 저렇게 자신감이 넘친다.


내 아이가 자신이 경험한 세계의 틀만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일반적이라 부르는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더더욱 좋겠다.




그나저나, 이런 상황에선 제발 작게 좀 말해. 아빠 할 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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