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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청년 May 22. 2023

공유부족은 친밀감 형성의 천적

말이 안 통해서 남이 아닌 남처럼 사는 소통단절 부부의 이유는?


늘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게 느껴지는 사이 부부사이. 특히 중년 부부는 더 그렇다. 아이들은 다 커서 사사로이 나눌 대화가 줄고, 함께 하는 활동이 없으면 공감을 위한 소재도 약하다. 양가 집안의 행사를 위한 소통이 전부인 부부도 많다. 소소한 일상이야기 소통 부재는 정신적 친밀감 단절의 결과로 이어진다. 육체는 손 닿을 곳에 있지만 정신적 거리는 지구와 안드로메다급 거리에 놓인 부부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부는 가끔 들리는 어느 케이스가 아니라 어쩌면 한집 건너마다 있는 흔한 커플일 확률이 높다.



부부사이에 채워지지 않는 교감의 욕구는 어디에서 채울까? 회사일에 매달릴 때는 회사 기준으로 교감채널이 운영되고 중년이 되어서는 동창이나 운동멤버와 같은 취미 기준으로 바뀐다. 여전히 부부소통의 빈도는 약하다. 밀가루 반죽은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면발이 나오는 것처럼 부부소통도 치댐이 잦아야 친밀감이 올라간다. 피하거나 안 하거나를 선택하면 점도는 당연히 떨어진다. 부정적 불만은 강해지고 친밀감은 점점 약해진다. 약해진 친밀감은 풍선이 되어 위로 위로 올라가 손이 닿지 않게 된다.  어느 순간  터진다. ‘펑’!  터진 풍선은 다시 재 기능을 할 수 없다.


채널A에서 부부문제를 다루는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의 한 장면이 충격이다. 부부가 문자로 의사표현을 하는 모습이었다. 거실에 지나칠 때도, 일요일 아침 청소를 요청할 때도, 장 보러 마트 가는 시간을 알릴 때도 문자 소통을 하는 모습은 교감단절 부부의 소통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가깝고도 먼 관계로 만들었을까.


친밀도가 좋은 부부들의 특징 중에 한 가지는 사소한 이야기 교류가 잦음을 알 수 있다. 시시콜콜한 오늘을 보낸 이야기, 직장에서의 고민, 친구들 관계에서의 해프닝 등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유된다. 보고의 형태가 아니고 가벼운 나눔이다.  티키타카 소통하면서 조언을 듣기도 하고 논쟁이 되어 다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부부의 친밀감을 상승시키는 치대는 과정이다. 부부에게 공유의 가치는 육체적 거리뿐 아니라 정신적 거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강아지 목줄 장치와 같다.


연애생활과 결혼생활의 가장 큰 차이는 ‘공유’의 정도차이가 있다. 부부생활의 불만으로 흔하게 하는 핑계로는, 살아보니 서로 성향이 다르다거나 말이 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는데, 과연 그 이유가 맞을까?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당신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반쪽을 선택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아이 때문에 다른 집 커플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이런 생각이 들 때 종종 있다. ‘저 부부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둘은 참 잘 어울려’ 이런 시각은 남들이 당신 부부를 볼 때도 똑같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결정하는데 슈퍼에서 사과 고르듯 대충 적당한 사람으로 선택했을까. 연애시절에는 사소한 일상 공유는 물론, 좋은 것, 나쁜 것 가리지 않고 함께 소통했을 것이다. 잘 통함을 느끼고, 친밀감이 높아지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평생을 약속했었다. 함께하는 결혼 생활 속에서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공유’ 부족이다. 공유의 부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유발한다. 서로의 입장 이해가 없는데 소통이 매끄러울 수 있겠나. 소통의 치댐이 없는데 친밀감이 생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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