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루루 생활의 오아시스, 신라 코리안 마트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인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도에서 먹는' 인도 음식을 싫어한다. 평소 간이 약하고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는 터라 인도 본토의 무지막지한 매운맛, 그리고 신맛을 자랑하는 음식은 정말이지 매일 먹기란 불가능하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는 입맛이 맞지 않아 한 달만에 3kg가 빠졌다. 운동도 따로 안 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인도에서 체류할 때마다 한국 음식을 직접 해 먹는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현지에서 고용한 인도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는 편리함을 누리면서 지내지만 과감히 그런 편리함쯤은 포기하기로 했다.
요즘 해외 어디를 가나 한국 사람을 찾을 수 있듯이 한인 마트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고, 대도시인 델리 혹은 뭄바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곳 벵갈루루에도 몇 년 전 꽤나 큰 규모를 가진, 한국에서 직수입한 다양한 식료품점을 파는 곳이 문을 열었다. 3년 전 처음 인도에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의 존재를 몰랐는데, 알게 된 이후로는 몇 년째 이곳만 이용하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신라 마트이다. 영어로는 'Seela Korean Mart'.
배달의 천국인 인도답게 이곳 역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라 마트가 위치해 있는 곳은 벵갈루루에서도 북쪽 지역인데, 내가 머무르는 곳에서 자동차로 편도 한 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 곳이다. 장보기의 매력이란 아무래도 역시 직접 물건을 고르는 맛이지만 여기서 지내는 한 달 동안은 배달로 만족하기로 했다.
상기한 신라마트 웹사이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를 완료한다. 마치 여느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쉬운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다. 그러고 나면 얼마 후에 마트 현지 직원으로부터 주문 확인을 위한 전화가 걸려온다. 물건이 포장되고 배달되는 동안 배달원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도 함께 제공해 준다. 남은 건 그저 집에서 마음 편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
약 한 시간 후에 기다리고 기다렸던 햇반과 한국 음식들이 문 앞으로 배송되었다. 특히 비비고 한식 최고! 벵갈루루 한인마트의 큰손인 내가 결제한 품목은 족히 한화로 30만 원어치에 달한다. 중간 사이즈 박스로도 세 박스에 달한다. 이렇게 사놓아도 한 달을 채 못 버틸 거라는 게 함정.
시댁 식구들에게 한국 음식을 이것저것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거의 늘 반띵을 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전담 요리사도 있으면서...... 특히 사진에 보이는 저 용가리치킨은 먹을 때마다 늘 호시탐탐 노리곤 한다. 나보다 김치를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사 오자마자 김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생각보다 이곳은 현지 인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글 리뷰를 찾아봐도 현지인들의 후기가 한국인들의 후기보다 훨씬 더 많다. 작년에 딱 한번 매장을 직접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벵갈루루에 살고 있는 젊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을 방문해 한국 라면을 먹으며 콘텐츠를 촬영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벵갈루루에서 바깥을 돌아다니면 종종 내게 한국 사람이냐며, 생전 모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로 말을 걸어오곤 한다. 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인 'How It's Done'의 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르는 것을 보고 뿌듯함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곳에서도 한국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인마트는커녕 제대로 된 한식당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던 벵갈루루에서 이곳 신라마트의 존재는 정말이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다. 벵갈루루에 올 때마다 다양하고 새로운 품목들이 업데이트되는 것을 보면 향후 몇 년간은 계속 찾을 수 있겠지.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싫든 좋든 이곳을 매년 와야 하니 말이다. 사장님, 부디 돈 많이 버시고 벵갈루루에서 오래 버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