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스파, 그리고 병원 가기

목과 어깨에 심한 담이 왔다.

by 김한샘

지난주 목요일 아침의 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려는데 목을 잘못 가눈 듯한 느낌이 들었다. 뚝, 하는 소리가 나더니 바로 목과 어깨에 엄청난 통증이 시작되었다. 30대가 되고 나서 이상하리만치 자주 찾아오는 익숙한 그놈, 담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곳 인도에서 담이 오다니.


며칠 정도 참고 지내면 없어지려니 생각했지만 이번에 온 녀석은 꽤나 강력했다. 통증 탓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할 수가 없어 하루를 송장 마냥 누워 지내다 결국 나는 마사지를 예약했다. 우리가 머무르는 아파트 근처에 도보로 3분 남짓, 좋은 시설의 스파가 있다고 해서 그곳을 찾았다.


사실 인도의 생활 도우미 앱에서 마사지사를 호출해도 되지만 예전에 한 번 이용했던 경험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기도 했고, 제대로 된 곳에서 마사지를 받고 싶었기에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비싼 스파를 이용했다. 출장 마사지사를 부른다면 1300루피, 한화 2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스파의 가격대는 최소 2200루피 이상.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가격이지만 개의치 않고 신청했다.


이곳의 이름은 젠 아우라 스파( The Zen Aura Spa). 사실 인도의 스파에 큰 기대는 없어 살짝 반신반의한 상태로 방문했으나 입구부터 나를 반기는 아로마 오일의 향을 맡자 안심이 되었다. 발리나 태국의 고급 마사지 샵을 연상시키는, 어느 정도 잘 관리되는 태가 나는 곳이었다. 통증을 설명하고 받고 싶은 마사지의 종류를 골랐다. 가장 좋아하는 핫 스톤 마사지. 이름 모를 검은 씨앗 같은 것이 둥둥 떠 있는 차를 한 잔 받고 잠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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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마사지 경험에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3.8점 정도를 주고 싶다. 담당 마사지사 Seila는 조그마한 체구에 비해서 마사지를 해주는 압이라던가 힘이 굉장했다. 약간 타이 마사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픈 포인트를 콕콕 집어 누르는데 평소 마사지를 세게 받는 것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인도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는 제 아무리 평점 만점, 5성급을 자랑하더라도 늘 나에게는 몇 할이 모자랐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을 보장해야 하는 스파의 복도가 전혀 방음이 되지 않아 바깥의 직원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린다던가. 핫 스톤 마사지에 사용하는 작은 돌들의 온도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엄청나게 뜨거워진 돌이 이따금 나를 놀라게 한다던가. 덕분에 중간중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인도에 와서 이런 적은 한 두 번이 아니기에 이제 나는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모든 것에 적당히 기대치를 낮추고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곳은 뭐랄까, 허름하게 포장된 선물상자 안에 알고 보면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선물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혹은 제 아무리 깨끗이 때 빼고 광을 내더라도, 마치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듯 인도에서의 경험은 늘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덕분에 마사지가 끝난 후, 이틀 동안 움직일 수 없었던 목과 어깨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다음 날에도 담은 여전했다. 목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니 정말이지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국 병원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인 것은 툭툭이를 타고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벵갈루루에서 가장 큰 병원이 두 개나 나란히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의 이름은 아폴로(Apollo), 그리고 포티스(Fortis) 종합병원이다. 둘 다 인도 전역에 여러 개의 분원이 있고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이 있는 큰 종합병원이다.


https://www.apollohospitals.com/

https://www.fortishealthcare.com/


사실 인도에서 응급실을 이미 두 차례 경험한 바가 있다. 한 번은 스트레스성 방광염이 도져서, 또 한 번은 생선 요리를 먹었다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그 이후로 인도에서 해산물은 먹지 않는다. 어쨌든 인도에서 어딘가 몸이 아프다면 무조건 크고 시설 좋은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예약하여 진료를 받는 것도 좋겠지만, 급하다면 여권을 들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국인이라고 말하고 아픈 이유를 설명하면 크게 따지지 않고 바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료비 및 약값은 체감상 한국의 1.5배에서 2배 정도이다. 아프다고 병원 못 갈 만한 가격은 아니니 인도 체류 중 불상사가 생긴다면 바로 의사를 찾아가시라. 구급차는 불러봤자 출동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직접 병원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


응급실에서 접수를 한 후 10분 정도를 기다리자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젊고 야무져 보이는 남인도 출신 남자 의사는 혹시 열이 있거나, 감각 마비 증상이 있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없다고 하자 그러면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라며, 아마도 근육통일 것이니 안정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어깨나 목을 짚어보거나 하지도 단지 문진만으로 처방을 내리는데 무언가 불만족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의사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아픈 부위를 좀 살펴보고 말씀하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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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세에 의사는 직접 목과 어깨를 확인하더니 부러진 것은 아니라고, 며칠 약을 먹으면서 지켜보라고 했다. 처방이 적힌 의사의 메모를 들고 병원 내 약국으로 향했다. 진통제와 안정제를 픽업하고, 어깨와 목을 찜질할 수 있는 아이스팩도 하나 챙겨 귀가했다.


돌아가는 길 역시 우리는 툭툭이를 택했다. 인도에서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라면, 예를 들어 한국이라면 버스를 타고 두세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면 차보다는 툭툭, 즉 오토릭샤를 추천한다. 작고 빠르고, 차들 사이를 쏙쏙 빠져나갈 수 있어 교통 체증의 영향도 훨씬 덜 받는다.


아, 그렇지만 혹시 승차감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예외. 도로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인도의 도로에서 오토 릭샤로 질주하다 보면 종종 덜컥, 하고 온몸이 내려앉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잘못했다간 장기 하나 혹은 꼬리뼈가 빠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싸고 빠르고, 멀미도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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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기가 달려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 미터기가 돌아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쯤 되면 오토 릭샤의 미터기는 그냥 귀여운 장식품일지도. 인도에서 바가지를 쓰지 않고 툭툭을 이용하려면, 우버 앱을 설치해서 어느 정도 시세를 알고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고 나면 대략적인 가격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우버를 통해서 툭툭을 부르면 목적지를 정확히 지정하거나 금액을 지불하는 것도 훨씬 편리하다.


오토 릭샤 드라이버와 직접 가격을 흥정하는 것은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인도인인 남편마저도 인도에 살지 않는 인도인, 즉 NRI(Non Resident Indian)인 것이 티가 나는 사람인지라 이곳에서 네고를 시도할 때면 꽤나 진땀을 빼곤 한다. 뭐, 보다 인도 그리고 인도 사람들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그것은 자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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